마더 나이트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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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트 보네커트! 지금껏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친근하게 주욱 접한 것 처럼 이름이 낯설지 않는 작가다. 그의 작품으로는 <제 5도살장>이라는 작품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의 작품을 번역한 따끈따끈한 <마더 나이트>를 통해 그의 작품을 읽어보았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그가 쓴 서문의 마지막 문장이 문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띠지에 붙은 "세상에서 가장 웃기고 시니컬한 유머작가"라는 타이틀이 틀리지 않을 만큼 시니컬한 그의 문장이 착착 감겨온다. 그의 시니컬함은 내가 좋아하는 시각이다. 모든 사물에 대해 진중함으로 대처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아무렇지 않은듯 가볍게 내뱉어지는 시니컬함속에 나오는 날카로움을 좋아한다. 커트 보네커트의 글도 후자의 예리함 속에 보이는 시니컬한 시선. 그래서 더 그의 시선이 좋다.

만일 내가 독일에서 태어났다면 나역시 나치당원이 되어 유태인과 집시와 폴란드인을 닥치는 대로 두들려 패고, 눈더미 밖으로 장화만 삐죽 나온 시체들을 내버려두고 나 자신은 따뜻한 방에서 고경한 배를 두드렸을 것이다. 세상은 그런거니까.

이 이야기에는 명백한 교훈이 또하나 있다. 죽으면 그만이라는 것.

그리고 방금 또다른 교훈이 떠올랐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남는 장사다. - p.12

그의 서문에 반해 그의 시선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다 보니 정작 본문의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했다.  커트 보네커트와의 신선한 만남속에 그의 글은 영사기 필름 속에서 나오는 영화의 내용이 한 챕터가 끝나면 검은 화면이 살짝 나오고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 하나의 단편적인 선율이 흐르는 영화같다. 마치 어제 내가 어제 줄리엣 비노쉬 특별전에 가서 보았던 옛 영화 <나쁜 피>처럼 보여졌다. 배경음악은 타닥타닥 타자기 치는 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하워드 캠벨은 미국 정보부의 첩보원이 되어 겉으로는 나치당원이되어 첩보 활동을 했다. 가족 모두가 그가 첩보원이라는 사실을 모른채 히틀러와 나치에게 충성을 다한 라디오 선전원이었던 그는 전후에는 재판을 피해 뉴욕에 숨어사는 전범이다. 그는 전쟁 이전에는 평범한 사람이자 극작가였다. 한 사람의 인생이 전쟁이 일어나면서 부터 개인의 삶은 없고 오로지 시대의 폭풍속으로 달려갈 뿐이었다. 기가막히게도 그가 전쟁을 겪기 이전의 직업은 극작가였다. 극이란 남을 속고 속이는 일종의 트릭이 필요한 작업을 그는 현실에서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가 인형이 되어서.

세계 2차대전, 나치즘, 히틀러시대의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늘 호기심있는 시각으로 그 시대를 바라보곤 한다. 개인의 삶은 없고 시대의 비극적인 시대에 학살과 주도자, 누가 피해자인가를 늘 고민하게 된다. 선량한 사람이 한 순간에 전범이 되고 학살을 당하는 사람이 되는건 순식간의 일이니 말이다. 시대의 오만함인가, 한 사람의 광기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보며주는가에 대해서는 전쟁을 겪은이 뿐만 아니라 세월이 지난 지금도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보네커트 특유의 풍자와 시니컬함이 느껴졌지만 역자의 후기만큼 그가 장치한 인물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시각에서 보는 세상의 무거움을 한 조각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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