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시계장치
마티아스 말지외 지음, 임희근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어릴때 달리기를 하고나서 가슴에 손을 갖다대면 손바닥 끝으로 울려퍼지는 두근거림이 좋았다.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가 살아가고 있는 증거이지만 가슴이 쿵덕쿵덕하고 소리를 낼때면 아! 내가 살아 있구나, 내가 지금 이 곳에 존재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곤 했다. 심장이 뛰는 소리, 그건 곧 존재의 소리인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잭은 나와 달리 이런 삶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건강한 두근거림을 알지 못한다. 똑딱똑딱. 시계가 1분 1초도 쉬어가지 않듯, 언제나 그의 곁에는 시계의 짹깍이는 소리만 맴돌 뿐이다. 약한 심장 대신에 그의 심장에 박혀있는 그 시계는 늘 짹깍이는 추의 소리처럼 보이지 않는 그의 막이자 경계선이었다. 어린 잭을 받아지고 심장이 약한 잭에게 심장을 달아준 매들린은 잭이 잠들때까지 늘 그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반복해서 들은 잭에게 세뇌시키듯이.

절때 사랑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그녀는 누누이 잭에게 말하지만 잭은 매들린과의 첫나들이에서 본 한 여인에게 큐피트 화살을 맞아 사랑에 빠져드는 것 처럼 사랑에 빠져들고 만다. 사랑의 달콤함 속으로 빠져든 잭. 그때부터 잭은 사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 오직 그의 가슴엔 ' 미스 아카시아' 만이 산다. 그는 그녀를 보기위해 마음의 봄이 가득한채로 미스 아카시아의 발자취를 쫓아 따라간다. 매들린의 주문과 잭의 주변의 사람들이 사랑의 충고를 담아서.

"아픔을 두려워 할 수록 아플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법이란다.줄타기 광대들을 보렴. 그들이 외줄 위를 걸어갈 때 덜어지면 어쩌지, 하고 생각할까? 아니야. 그들은 위험을 온전히 받아 들이고, 그것을 감수함으로써 즐거움을 맛보는 거야. 어떤 일에도 상처받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평생을 보내면 사는 것이 끔찍하게 지루 할거다, 알겠니?.......(생략) " - p.92

...... 네 말마따나 꿈속의 그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네 심장에 있어. 네가 태어날 때 인공으로 갖다붙인 시계 모양의 심장 말고, 진짜 심장, 그 시계 밑에 있는, 살과 피로 이루어져 고동치고 있는 심장 말이다. 넌 그 심장으로 작업해야해. 인공 심장장치 같은 건 잊어버려라.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될 거야. 신중하게 행동하지 말고, 계신하지도 말고 다주는 거야. 너 자신을 아낌없이 내주라고!" - p.93

...사람들은 자기와 너무 다른 것들은 좋아하지 않아. 큰 구경거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건 그저 재미 때문이지. 예를 들어 머리가 둘 달린 여자를 보러간다는 건 사고를 구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머리가 둘 달린 여자를 보고 박수치는 남자는 많았지만, 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는 아무도 없었어. - p.122    

잭의 행로는 결국 '미스 아카시아'를 만나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잭의 행복한 나날에도 서서히 먹구름이 몰려오듯 미스 아카시아를 만나기전 발자취를 더듬던 중간에 만났던 조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최고조로 오른다. 사랑을 하면 온전히 믿지 못하는 것을까? 잭의 마음은 조가 나타나면서 부터 그의 심장이 쪼개지듯 하나씩 '의심'이 불어나기 시작한다. 하나의 의심은 두가지 의심이 되고 계속해서 불어나가는 의심들은 결국 그녀를 온전한 믿음으로 사랑하지 못한다. 그의 심장이 온전하지 않음을 그녀에게 다 보여주지 않았다. 자기만의 세계의 결계속에서 그는 계속해서 움츠려 들 뿐이었다.

사랑은 달콤함과 가려져있는 사랑의 그늘을 그는 이겨내지 못했다. 심장이 약한 잭을 어릴때 부터 받아주고 키워준 매들린이 달아준 보호장치는 결국 잭을 한 발자국의 용기도 내지 못한째 시계속에만 살아가는 뻐꾸기처럼 가슴속에서만 울어대는 한 남자로만 남게 만들었다. 저자는 이 아름다운 동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마도 저자는 사랑의 달콤함 속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씁쓸함을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 사랑이란 그 어떤 것 조차로 막을 수 없으며, 마주보기 사랑을 한다면 사랑을, 상대방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서 나를 온전히 보여주는 용기 또한 필요하다고. 나를 온전히 내 놓지 않으면 그 사랑을 얻을 수 없으니 말이다.

표지에 보여지는 동화같은 섬세한 표지는 책 곳곳에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함께 담겨져 있다.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책의 표지마다 보여지는 앙증맞은 그림 또한 독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이야기에 취에, 그림에 취해 그렇게 나는 <심장의 시계장치>를 읽어버렸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도, 앞으로 사랑을 할 사람도 자신의 콩닥이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심장의 시계장치>에 대한 교훈을 잊지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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