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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마이클 더다의 책 제목을 보니 대학때 오픈북으로 시험을 봤던 기억이 난다. 오픈북으로 시험을 보되, 제한 시간은 너무 짧아서 책의 목차와 내용을 줄줄 꾀고 시험을 임해야 했다. 그래서 오픈북 시험이 책을 보지 않고 공부해서 보는 시험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대학시절의 오픈북에 대한 추억담은 이만 접고 진짜 <오픈 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저자 마이클 더다는 북 리뷰 기자이자 서평으로 퓰리처 상까지 받은 사람이다. <오픈 북>의 부제처럼 그의 책 일기는 젊은 독서가의 초상답게 어렸을 때의 책 읽기를 필두로, 청소년기, 대학에서의 시절까지 자신의 성장담과 추억을 풀어놓았다. 어느 것 하나 치우침 없이 쓰여있는 그의 성장일기는 또 다른 책과의 만남이자 곧 그의 책 읽기의 공력이었다.
마이클 더다가 어릴때 부터 열심히 책을 읽었다면 나는 어릴때 자발적인 책 읽기 보다는 타의적 책 읽기를 했었다. 잠깐 재미를 붙이다가 책을 한동안 멀리 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부터 다시 책 일기에 재미를 붙였는데 저자가 어릴때 읽었던 책 목록을 보면 요즘 내가 한창 관심을 갖고 목록들이었다. 그만큼 그는 어렸을 때 부터 내공이 쌓인 책들을 많이 접했다. 그 책들이 쌓이고 쌓여 그의 깊이가 더해지고 글쓰기의 능력이 키워졌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도, 나도 책을 읽고 있지만 책은 책을 통해 더 한발짝 나아가는 통로이자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같은 느낌이 든다.
책 읽기가 한 사람의 개인생활이지만 때로는 마이클 더다처럼 공적인 생활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내가 어떻게 책을 읽고, 어떤 식으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그는 <오픈 북>에서 말하고 있었다. 어른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왜 그리 강조하는지도 이 책을 보면 절로 알 수 있다.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이 나에게 고전 읽기의 기본 텍스트라면 <오픈 북>은 그의 책읽기의 성장담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었다. 사실,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고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동자를 굴리며 읽었다면 <오픈 북>은 그가 커가면서 있었던 일들과 가족의 이야기, 친구들이야기, 첫사랑이야기등 소소한 개인적인 더다의 이야기가 많아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의 사소한 이야기까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면 그때 부터 이 책은 서스럼없이 페이지가 넘어간다.
더다의 성장이야기는 때로는 우리가 겪었던(혹은 겪은) 이야기다.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나 청소년때의 가출, 그때의 호기심, 두근거리는 첫사랑의 이야기는 더다 개인의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유년시절의 나의 모습이었다. 책과 책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그의 이야기가 섞여 즐거운 하모니를 엮어 만든 <오픈 북>은 책일기의 황홀한 세계이자 앞으로 내가 읽어 나가할 또다른 방법일 것이다. 저자의 독서방법만이 최선이 아니라 한 독서가의 모습과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