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흐느끼는 낙타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작년 싼마오의 <사하라 이야기>를 무척 읽고 싶었는데 드디어 <흐느끼는 낙타>로 처음 그녀와 만났다. 밤에 잠자리에 들다가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다시 불을 켜고 밤이 깊은 밤에 <흐느끼는 낙타>를 집어 집었다. 표지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사막의 모래빛과 총총 빛나는 별 그리고 사막에 없어서는 안될 우아한 표정의 낙타를 통해 나는 싼마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이른 아침의 사막은 물로 씻어 낸 것처럼 깨끗했다. 후르른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부드러운 모래언덕이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런 때의 사막은 잠은 여인의 거대한 몸뚱이 같았다. 가냘프게 숨쉬는 듯 물결치는, 침착하고 고요하고 깊은 아름다움은 가슴이 아프도록 감동적이었다. p. 19
여기서는 모래 한 알, 돌멩이 한 개도 귀하고 사랑스럽다. - p.31
그녀를 처음만남에도 불구하고 한 단편을 다 읽어갈 무렵 나는 그녀의 글에 매료되었다. 글도 글이거니와 뭐랄까 그녀의 글에서 보여지는 사막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사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녀의 반짝이는 호기심과 열정은 사막의 자연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서사하라 사막에 살고 있는 이웃들과 사람들에 관한 마음이었다. 인연이 되어 만난 그들의 이야기는 싼마오의 사랑스런 시선과 안타까움, 그리움, 고마움이 전해져온다.
작년 서사하라의 배경이 된 소설로 루이스 루안테의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를 통해 서사하라의 이야기와 내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싼마오의 <흐느끼는 낙타>는 소설의 배경이 아닌 사막의 일부로 살아가는 이야기라 좀 더 실감나게 싼마오를 둘러싼 환경이나 그들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흐느끼는 낙타> 속에 <벙어리 노예><영혼을 담는 기계><이름 없는 중사><카나리아 제도 유람기><어느 낯선 사람의 죽음><털보와 나> 중에서 가장 감명깊게 본 것은 '이름 없는 중사' 였다. 싼마오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그는 무척이나 무뚝뚝한 사내로 느껴졌다. 그 무뚝뚝한 사내는 어떤 사고 이후로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이름 없는 중사로 남았는데 결국 그는 '증오'와 '상처'만이 남는 그 곳에 남아있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 말이다. 이름 없는 중사로 그렇게 '무명씨'로 스쳐지나갔을 그의 이름을 결국 알게 되었지만 마지막 장면은 무척이나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책을 다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 그녀의 프로필을 보았다. 그녀의 글은 내가 닮고 싶어하는 이상향에 이었다. 그녀의 힘차고 포용력있는 건강한 글을 좀 더 살피고 싶어 그녀의 프로필을 읽다가 절로 헉! 하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중간중간 그녀와 그녀의 남편 호세의 이야기를 무척 신나고 재미있게 읽은터라 생기발랄한 그녀는 서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서 아직도 씩씩하게 살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1979년 남편 호세가 잠수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대만으로 돌아와 활동을 하다가1991년 48세로 죽었다고 한다. 그녀라면 씩씩하고 건강한 파파 할머니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그녀의 애정어린 글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쌓인다.
<흐느끼는 낙타> 이후로 그녀의 작품을 찾아 그녀와 긴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 책장을 덮고 다시 표지를 보고 있으니 우아한 (혹은 흐뭇한 미소)를 띈 낙타가 더 크게 보여진다. 반짝이는 별 만큼이나 반짝이는 사막의 빛. 책 사진을 찍고나니 모래가 반짝이는 것처럼 환하게 나왔는데 실제 책은 좀 어두운 빛깔이라 사막의 모래처럼 반짝임이 더했으면 더 아름다운 표지였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촉촉함과 총명이는 책을 만나 즐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련한 마음을 가득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