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시칠리아는 삼각형의 섬이다.
삼각형의 세 변은 각가 유럽과 그리스와 아프리카를 바라보고 있다.
등을 돌린 세 사람이 각각 바라보고 있는 섬, 그것이 시칠리아다. - p. 222

 책의 시작은 한 소설가의 솔직담백한 '고백'으로 시작된다. 그는 국립 예술 대학의 교수였고,  네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단편소설 나가는 소설가였으며 , 라디오 문화 프로그램의 진행자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 그를 나는 책을 통해, 방송 매체를 통해서라도 한번의 일면식도 갖지 못했다. 오롯이 <네가 읽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통한 다리를 통해 그의 글을 느낄 뿐. 그와의 만남이 처음이었다면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도 그의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곳이니 이래저래 나는 이 책을 통해 '잃어버린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받아들였다.

시칠리아의 낯설음과 그에 대한 궁금증은 그의 글을 통해 친숙함과 호기심어린 관심으로 번져나갔다. 작년 5월 돌연 그가 살고 있는 상암동 집을 처분하고 그의 아내와 함께 유목민으로 돌아간 그는 현재 벤쿠버로 1년간 머물기로하며 날아갔다. 그의 나이 40. 나이가 주는 안정감과 그가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일시정지' 버튼은 눌러놓고 그는 나아갔다. 그의 어린 예술가를 찾아서. 

그동안 가고 싶었던 곳 없었어요? PD가 물었다.

시칠리아요. 마치 오랫동안 준비해온 대답 같았다. 그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나는 한 번도 시칠리아에 가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었다. 거긴 어쩐지 내가 영원히 갈 수 없는 곳, 그린란드나 남극 같은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다....(생략)..그곳은 <대부>의 돈 콜레오네의 고향이고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들이 살고 있으며 거친 사내들이 배를 타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러 떠나는 곳이다...(중략) - p. 37

이탈리아의 시칠리아는 그가 ebs에서 세계테마여행이라는 다큐멘터리때 다녀왔고, 브라운관을 통해 방송되었다고 한다. 그는 캐나다를 가기 전 3개월의 공백을 아내와 함께 여행하기로 했는데 그곳이 다시 이탈리아 시칠리아였다. 단순히 우리가 아는 여행지의 정보가 가득담긴 책자가 아닌 그의 시선과 그의 마음이 어울러 적절하게 풀어놓은 역사적인 이야기는 풀어 놓았다. 그의 이야기는 마치 시칠리아에서 부는 바람만큼이나 따뜻했다.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그의 필치로 느껴지는 그곳은 이방인의 시선으로. 따뜻함으로, 때로는 경외로움까지 느껴진다. 특히 마음이 포근했던 것은 그의 글과 그가 찍은 사진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사진은 곳곳에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이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그의 글은 지금껏 내가 읽어본 여행기와 많이 달랐다. 여행을 할때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감수성 어린 사람이거나, 글을 쓰거나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 예술인은 여행을 할때 어떻게 느낄까 하는 궁금증은 어딜 가든 나 이외의 사람이 어떤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겨난다. 그 궁금증이 소설가의 한 에세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의 시선 너머로 보였다. 그의 박학다식한 지식과 깔끔한 문체 덕분인지 책을 덮고도 그의 책에 자꾸 시선이 간다.

'네가 잃어 버린 것을 기억하라'

그는 시칠리아 여행에서 아무 것도 잃어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그가 생활하고 있던 '서울'에서 그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반복적인 일상속에서 삶과 정면으로 맞대응 하는 야생의 기질과, 예기치 못한 일에 대한 순발력을....그리고 그가 변했다는 것을 자신 조차도 감지하지 못했음을 그는 고백했다. 그가 보고 들은 진기한 것들과 더불어 '잃어버린 것을 것'들을 보태어 적었다는 그는 그곳 여행을 통해 까무잡잡한 얼굴빛과 환한 웃음으로 끝을 맺는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읽고 난 후에도 그의 책이 고파졌다. 처음 이야기 한 것처럼 그의 작품에 대해 일면식도 없던 무지한 독자가 눈을 번쩍 떴다. 어느새 그의 장편과 단편 그리고 또다른 에세이를 통해 에세이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웃음) 한 그의 내면의 소리를 통해 일상적인 평온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것이' 없는지 곰곰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유목민 생활이 언제까지 될지 모르겠지만 그가 삶과 정면으로 대응하는 '야생성'과 '순발력' 을 찾아 그만의 색깔다운 또다른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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