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깅이 - 청소년을 위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 담쟁이 문고
현기영 지음, 박재동 그림 / 실천문학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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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숫가락하나>의 저자인 그는 <지상에 숫가락하나>의 청소년판 <똥깅이>를 세상에 내 놓았다. 저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제주 4.3의 대참사에 대해서는 자세하기 다루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똥깅이>를 읽어보는 독자라면 4.3사건의 대참사를 크게 다루지 않아도 그사건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처음 나는 <똥깅이>가 재미있는 우화 소설인 줄 알았다. 이름을 들을때 푸핫! 하고 웃음이 났지만 입으로 읊조리고 있으면 절로 친근함이 베어 났다.

<똥깅이>를 읽을때 옆에 엄마가 않아 계셔서 한참을 크게 읽어 드렸다. 오랜만에 책을 큰 소리로 읽어서 목이 칼칼 했지만 옆에 계신 엄마가 귀를 쫑긋~하고 듣고 계시기에 나는 구연동화하는 듯 재미있게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한참을 소리내어 읽었다. <똥깅이>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아이만의 순수함과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곤 했는데 특히,나 보다는 엄마가 더 큰 공감대가 형성 되시나보다. 똥깅이의 어린시절의 짓굿은 장난은 이미 엄마도 어렸을때 해봤던 것이라고 하셔서 함께 이 장면을 웃었다. 개구장이 똥깅이.

똥깅이의 재미있고 유쾌한 어린시절의 이야기와 함께 그 시절 제주의 이야기는 아릿한 향수와 애잔함이 감돌았다. 아이들의 시선, 어른들의 미음은 같은 뭍 사람들을 죽고 죽이는 대참사에 감도는 어둠이 이 책을 느껴졌다. 하나둘 에피소드를 보며 내가 태어나지도 않는 몇 십년 전의 일이지만 일제시대의 끝 부터 제주4.3 대참사, 6.25의 전쟁을 겪은 <똥깅이>할아버지의 인생이 절로 영화의 필름처럼 차륵차륵 돌아간다.

그의 태어난 이야기에서 부터 그가 사춘기를 겪는 이야기까지 진행된다.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담아 쓴 이야기는 그저 옛날 옛적의 향수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게 만든다. 마치 풍요로움 가운데 빈곤한 우리들의 마음이 두둥실하게 떠오르곤 한다. <똥깅이>를 읽다보면 순수함은 물론이고 어른스러움의 똥깅이의 느낌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두려운 시선과 죽음에 대한 녀석의 느낌은 그 시절 <똥깅이> 할아버지가 느꼈을 어둠의 그림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상에 숫가락하나>는 내가 중학교때 이 책이 처음 출간 되었는데 그때 나는 어려서 이 책을 접하고도 재미를 못 느꼈다. 좀 지루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다시 청소년판인 이 소설을 접하면서 나의 유년시절과 더불어 똥깅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나 자신또한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해 한해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요즘 더욱더 이 소설이 내 가슴속에 박혀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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