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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의 목록은 늘 탐이 난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편견> 이후로 하나둘씩 모으고 있다. 전집이라지만 순서와 상관없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재미는 모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는 재미만큼이나 즐겁다. 한동안 권터 그라스의 <양철북> 이후로 잠시 손을 떼고 있었는데 작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르 클레지오의 <조서>를 통해 다시금 읽게 되었다. 놓았다가, 잡았다가, 일시정지를 일으키고 있지만 세계문학을 읽을 수 있는 이 시리즈는 나에게 '도전정신'과 '호기심'을 늘 유발시킨다. '제대로 좀 읽어보라니까!!'하는 속삭임이 들리기도 한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스타트를 끊은 전집 13의 번호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다. 작가 솔제니친이 1945년 반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8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강제 노동수용소에서 보냈으며 그 일들을 이 책을 통해 자전적인 요소와 함께 이반 데니소비치를 통해 보여준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수용소에서의 하루는 적나라한 수용소의 실태는 물론이고 그 안의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의 내용 보다는 수용소에서의 먹고, 자고, 일하는 쳇 바퀴같은 일상들을 여지 없이 이 작품은 보여준다. 따뜻한 보일러가 들어오는 방에 누워 책을 한장씩 넘길때 마다 내가 알고 있는 이 공간이 얼마나 행복한 공간임을 새삼 다시 느꼈다. 정치적인 권력과 상관없이 자행되는 학대와 그들의 희생은 시대가 그려내는 아픔이자 권력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선례가 아닌가 싶다. 담담하게 보여지는 그들의 일상은 하루하루 추위와 배고픔의 싸움이었다. 지도자들의 권력의 남용과 잔혹의 파장은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한 인간의 삶조차도 뿌리깊이 흔들어놓는다. 폭풍의 핵은 작은 소수의 행복까지도 야금야금 먹어치웠다.
평범한 일상의 하루, 국가가 갖고 있는 한계성, 지도자가 갖는 권력의 한계를 나는 이 책을 통해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의 담담한 필체가 마치 무슨 일이 없는듯 평온한 일상으로 담아 놓았지만 수용소의 하루는 우리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임을 작가는 이야기 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권력의 힘은 사라지고, 세월이 흘러 그 잔혹함은 흩어지지만 그 안에서 겪었던 일을 상기시키는 일은 작가의 개인적인 일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큰 본보기다.
책의 배경이 되는 러시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전쟁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색깔논쟁으로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고, 개인의 행복을 빼앗았다. 영화나 책을 통해 그 시대의 폭풍우 속에서 희생되어 살아남은 그들이 전해주는 메세지는 우리가 잊어서도 안 될 큰 교훈일 것이다. 특히 권력을 휘두르는 지도자들이 그들의 욕심을 통해 소수의 행복을 희생시키는 일은 그들의 마음속 깊이 간직해야 할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