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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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성장통


 책을 읽다가 어렵거나 잘 읽히지 않을 때는 과감이 책을 덮는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싶어 다시 책장에 고이 꽂아둔다. 소설 같은 경우는 책을 다 읽고도 인물들의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 마음을 건드릴 때도 있지만 그들의 감정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게 된다. 시간을 들여 한 번 더 읽고, 또 생각이 나면 한 번 더 읽어본다. 좋아하는 작품에 한해서는 재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절로 그들의 감정이 실타래가 풀어지는 것처럼 이해가 될 때가 있다.


사강의 작품은 그런 점에 있어서 모호하다. 예전 같았으면 전혀 이해하고 싶지 않는 양가적인 감정이 들고, 또 하나의 성장통이라고 부를만한 젊은 아가씨가 임자있는 아저씨를 좋아해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들의 사랑은 또 하나의 로맨스다. 그러나 그들이 갖고 있는 것들을 부수지 않고 온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잠깐 강렬하게 탄 불쏘시개 처럼 화르륵 탔다가 다시 상대방을 놓아주는 이야기다. 한층 더 성숙한 그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소설이 아닌 현실이라면 그 어떤 미소도 지을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사강의 책은 늘, 그렇게 이중적인 감정을 갖고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금기하고 있는 것들을 그녀는 언제가 자유롭게 차용하고 그들을 자유롭게 비상시킨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동아줄 같다. 그래서 더 그들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 사랑의 감정 또한 항상 새빨갛게 물들어있지는 않다. 언제 어디서나 유효기간이 있듯 그들에게는 이미 한 차례 누군가에게 마음을 서약하여 누군가의 남자라는 딱지를 붙인 사람들이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금기였고, 넘어가고 싶은 일종의 일탈이었는지도, 그러나 다시 그들은 그 모든 것들은 굵고 짧게 맛보고서야 끝이났다. 상대방이 있어서 끝이 난 것이 아니라 잠깐의 일탈을 맛보고서 바이바이한 케이스.이렇듯 사강에게는 오직 두 남녀만 존재하지 않고, 삼각 사각의 관계를 선사한다. 극명하게 드러나는 관계가 오종종하게 늘어져 있고,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들의 늪이 얼마나 깊고 뜨거운지를 말해주는 것 같다.


젊은 나이에 <슬픔이여 안녕>으로 사랑받은 한 작가가 그려낸 차기작이 바로 <어떤 미소>였다. 닮은 듯 다른 각각의 작품들이 저자인 사강을 닮았다. 그래서 내 안의 금기를 깨고 이 책을 읽는다. 현실과는 다른, 어쩌면 이런 경우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비난을 받았어야 할 그들의 이야기가 사강의 필치를 통해 은밀하고 조용하게 그들의 사랑을 바라본다. 도미니크에게는 베르트랑이 있고, 베르트랑의 외삼촌인 뤽에게는 그의 아내 프랑수아즈가 있다. 그들의 은밀한 사랑을 끝내고 내는 미소는 당사자에게는 성장이, 상대방에게는 칼날이 들어있겠지만 사강의 이야기는 그럼에도 여러번 읽게 된다. 마치 알고 있으면서도 담담하게 영화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사강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사강의 리뉴얼 소설선을 여러 편 읽으면서 다채로운 그녀의 작품세계를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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