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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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색색깔의 이별 노래


​ 프랑수아즈 사강의 글을 사랑노래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입에 베어 무는 것처럼 달콤함은 잠깐이고 쌉싸름한 맛만 내내 입에 남아 있다. 시공간을 떠나 언제 어디서 만나든, 기간이 얼마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그토록 짧다면 사랑하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텐데도 프랑수아즈 사강의 글은 등장인물의 재능 만큼이나 우수에 젖은 이들이 한움큼이다. 그런 달콤함을 잠시 맛보고, 마음의 생채기도 낸 이들의 마음은 늘 누군가를 찾아 헤멘다. 누가 누구인지도 모를 그 남자들과 그 여자들을 향해서. 예전에 이어져 왔던 관계가 다시 이어질 확률은 제로다. 그러나 다시 그들의 만남이 불이 붙기 시작하면 다시 화르륵 타 버린다. 마치 찰나의 순간처럼.


좋아하고 즐겨읽는 순간의 사랑만큼이나 프랑수아즈 사강이 그리고 있는 많은 <길모퉁이 카페> 속 인물의 이야기는 이상과 맞지 않는 인물이다. 어쩌면 현실감이 가장 맞닿아 떨어지는 인물들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우리가 겪고, 우리가 추구하는 만남일지도. 만나고 버리고, 버려지고, 다시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는 방황 속에서 생채기는 점점 더 깊어지지만 그것을 더 이상 안 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길모퉁이 카페>의 이별을 테마로 한 열 아홉 편의 이야기는 다 달랐지만 사강이 그려낸 이야기들과 모두 닮아 있다. 세세하게 본다면 다 다르겠지만 그토록 지치고 지치는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시니컬하고 가볍다. 싹뚝 잘라버린 가지처럼 끈적이지도 않는 자유로운 관계가 그들에게는 일상적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한 작품 밖에 읽지 않아 그가 그리는 세계가 이런 색을 추구하는지 몰랐다. 더더욱 예전이라면 사강의 책을 힘겨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다보면 갖고 있는 관계의 관념들이 조금씩 희미해 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절대 안돼가 아니라 그럴수도 있지 하는. 절대적인 정의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절대 넘어갈 수 없는 선이 있지만 남녀간의 관계는 일정부분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만약들이 존재하듯이 사강은 그 어떤 선을 넘어 그려낸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열 아홉 편의 이야기가 모두 재밌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그려낸 사랑과 결별의 색깔이 어떤지를 다채롭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이 1975년에 출간되었다가 사강이 사망 후에 다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사강의 다채로움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꼭 읽어볼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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