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2 - 제1부 대망 2 인질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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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핍의 사람.


 2권 인질편은 1권보다 훨씬 더 속도가 빠르게 읽힌다. 강한 다이묘들만이 살아남는다는 센고쿠 시대에서의 인물인 히로타다는 이마가와 요시모토 세력과 노다 가문의 입김으로 사랑하는 아내인 오다이와 이혼한다. 히로타다와의 사이에서 타케치요를 낳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밖에서 밀려오는 압박과 가문들과의 세력다툼이 한 가정을 갈라놓는다. 한 사람만의 비극이 아닌 개인의 비극 속에서 유독 미카와 오카자키 성주만이 홀로 패배를 안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마츠다이라 가문의 적장자에게만 쓰이는 아명인 타케치요는 훗날 이에야스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세력이 약한 성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다섯 살에 이미가와의 인질로 가게된다. 이마가와로 가려는 길목에서 납치되어 오아리의 노다 노부히데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처음 다케치요(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오다 노부다가는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마가와 요시모토에게 원군을 청하기 위해 아들을 보내지만 히로타다의 마음과 달리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오다이와 강제로 이혼한 그는 마음에 병이 들었다. 히로타다에게도 정실 부인을, 오다이에게도 두번째 남편과 재혼했지만 두 사람 모두 몸과 달리 마음은 서로를 향해있다. 오다이가 마음을 삭히며 승화하는 인물이라면 히로타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자신의 옆에 있는 여자들을 적대하고, 오다이와 닮았다는 이유로 가신의 정혼자를 취하고 잔인하게 버린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어 마음의 불씨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마음의 형질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모르는 성주 때문에 늙은 가신들은 한숨과 피로를 얻으며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가 마음먹고 안죠성을 탈취하기 위해 나선 길목에서도 그는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토요를 잃은 대신 목숨을 겨우 구명했다. 투구를 바꿔 쓴 덕분에 살았지만 병이 더 깊어졌고, 마음의 병까지도 더 깊어졌다. 그와 반대로 오다이는 인질이 된 아들과 닿기 위해 힘을 쓰게 되고, 오다 노부나가를 만나 아들이 죽을 뻔한 위기를 구해낸다. 그 이야기를 들은 히로타다는 더 격하게 오다이를 미워하게 되고 급기야 죽이고자 하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각각의 위치에서 가신들은 똘똘 뭉쳐가며 마츠다이라 가문을 지켜나가지만 가장 우두머리인 성주는 바람에 불듯 갈피를 못 잡아나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성주이지만 자신의 마음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용맹했던 아버지와 달리 약했던 그는 아버지와도 비교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가신들의 마음 속에 유일한 희망으로 다가오는 타케치요를 바라보며 그는 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버지이기에 겨우 몇 줄의 이야기라도 남길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매우 박하다. 용렬한 사람으로 인식되다니. 바람에 흔들리는 성주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의 측근인 하츠야가 찌른 칼날에 숨을 거둔 후의 이야기는 훨씬 더 가파르게오카자키 성의 최후를 말해준다. 용맹한 장수도 지략이 좋은 성주는 아니었지만 시대의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히로타다의 모습에 자꾸 시선이 갔다. 그릇이 맞지 않은 자리에 앉아 어린 나이에도 꿋꿋하게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자리의 흔적은 여러 사람에게도 생채기를 냈지만 결국 그들 모두 자신의 염원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2권에서 가장 눈에 띈 인물로는 마츠다이라 히로타다와 가신인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토요, 이미가와가로 가기 위해 동행한 가신 카네다 요소자에몬이다. 마츠다이라 가문은 힘은 약하지만 가신들의 끈끈함으로 오카자키 성을 지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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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깊이는 무슨 일에건 언제나 정면으로 대결하여 회피하지 않는 데서 생겨나는 것. 그런데도 중신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 p.41


빼앗은 것은 빼앗기는 것이 도리요. 그런데도 빼앗을 때의 일은 잊고, 빼앗겼을 때의 분함만 생각하고 있어요. - p.175


인간은 언제나 이해에 쫓기면서도 언제나 그것을 잊고 움직이는 숙명 같은 일면을 지니고 있었다. - p.270


'호방하기가 이를 데가 없는 장수, 형식에서 벗어난, 그러나 정에는 두터운 무인······' 오다이는 마음속으로 두 손을 모았다. 노부타가를 공경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 p.282


생각이 단순한 그는 이혼 후 히로타다가 그토록 초조해하는 것이 모두 오다이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까지는 알지 못했다. 부자연스럽게 깨져버린 애정의 굴절은 사모가 되고 증오가 되었으며, 또 질투가 되고 시기가 되어 한없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 p.302


"잘······잘······찔렀다. 나, 난 말이다,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산다는 것이 무서웠어."

"뭐?"

"너는 모른다. 산다는 것······ 산다는 것은 말이다······죄업을······천박한······죄업을 되풀이하는 것임을······뒷일을······뒷일을······" - p.305


'그래, 인생이라는 요망한 괴물을 만나보지 못해 그런 수작을 하는거야······' 그런 생각과 함께 갑자기 이 대결이 무의미해졌다. 지금 이긴다고 한들 도대체 어떻다는 말인가? 삶이 꿈일까? 죽음이 현실일까?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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