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1 - 제1부 대망 1 출생의 비밀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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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점.


 11년이 넘어서야 다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집어 들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를 줄이야. 32권의 책 중 1부에 해당하는 9권만 읽고 버려두었다. 정확히는 오다 노부나가가 등장하고 혼노사의 변으로 지는 과정의 이야기였다. 당시만 해도 주인공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멋있는 모습을 기대했나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혼란한 시기에 강한 세력에 밀려 풍파에 휘말리는 이에야스의 모습에 실망하고, 오다 노부다가의 독특하고 선명하게 길을 내는 모습이 훨씬 더 좋아보였다. 확실한 캐릭터가 살아있는 모습이었다. 좋은 캐릭터가 사라지고 보니 책을 읽을 흥미가 사라져버려 오랜시간 책을 방치해 두었다. 읽어야지 하면서도 언젠가 읽겠지 하며 두었더니 시간이 강산을 훌쩍 넘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1권을 집어들었다. 


오래 전에 읽었어도 1권의 이야기만큼은 기억한다고 했었는데 다시 읽으니 다른 인물이 두드러져 보인다. 바람에 등불이 일렁이는 것처럼 히로타다와 오다이의 사랑이 애처롭고 애절해 보였는데 다시 읽으니 그들을 둘러싼 마츠다이라 가문과 미즈노 가문의 웃지못할 사연이 얽키설키 꼬여있다. 시작은 오카자기의 성주인 히로타다의 아버지 키요야스가 미카와 카리야의 성주인 미즈노 타다마스에게 자신의 부분인 케요인을 자신의 첩으로 데려가겠다는 이유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였던 케요인을 후처로 들이고 나서부터 그들의 실타래는 꼬여 버렸고 타다마사는 이내 자신의 딸과 케요인 사이에서 낳은 막내딸인 오다이를 다시 히로타다에게 시집보낸다.


그동안 묵힌 원한의 세월을 잊고 화합하자는 의미로. 가문과 가문의 성장은 혼란을 틈타 자신들의 살길을 강구하는 하나의 언약이었다. 막부시대가 힘을 잃어가고 다이묘들이 서로 자웅을 다투며 힘겨루기를 하던 시대였다. 누가 살아나고 남는가를 알 수 없는 시기였고, 한쪽이 강했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 다시 힘의 세기는 넘어가 약해져 있는 시기였다. 두 가문이 결혼을 하려고 해도 쉽게 서로의 영토를 넘어가는 것조차 지략이 필요한 시기였다. 오다이의 결혼이 그러했고, 아버지의 후처로 온 케요인과 미즈노가문과의 이야기를 잘 알지 못했던 히로타다의 반감은 오다이가 오기 전부터 살벌하게 진행된다.


각각의 인물이 등장하고 서로 맞물리는 인물들이 갖는 모습들이 하나의 그릇으로 보여진다. 누군가 앞날을 내다보는 현명한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성급한 처사에 일을 그르치게 한다. 1권에서 대표적인 인물로는 오다이의 오빠 노부모토다. 자신의 성질을 어쩌지 못하고 급하게 잔인하게 처리해나가는 수법이 오다이의 삶을 휘청이게 만들 것 같은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동생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자의 인생 또한 자신의 동생과 함께 해치워버린다.


이마가와 가문과 오다 가문의 힘겨루기가 마츠다이라 가문과 미즈노 가문에게도 화가 미친다. 마츠다이라 가문은 이마가와 가문과 결합이 되어 있고 미즈노 가문은 이내 오다 가문과 결탁해있다. 그들 사이의 실리와 힘겨루기는 나약한 히로타다에게는 힘겨웠다. 자신의 아버지와 달리 가신들에게도 끌려다닌다. 열일곱의 어린 성주에게 더없이 나약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다행히고 가신들의 합이 잘 맞아떨어지는 반면 미즈노 가문은 타다마사가 죽은 이후 그의 아들인 노부모토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자신의 가문의 성격을 바꾼다. 살아남기위해 벌이는 경쟁이 결국 어느 쪽으로 화살이 갈 것인가는 알 수 없지만 시대의 극한은 남자 여자 할 것없이 비정하게 흐르는 것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되었고,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극한으로 맞닿게 된다.


이전에는 히로타다와 오다이가 선명하게 보였다면, 지금은 오다이의 엄마이자 시어머니인 케요인이 더 눈에 들어온다. 지혜와 지력이 돋보인 케요인과 성급의 아이콘 노부모토의 이야기는 2권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하다. 주인공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이기 때문에 그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되었을 뿐이지만 위로 올라간다면 히로타다의 아버지와 오다이의 아버지와 엄마의 이야기도 두 사람의 이야기 못지 않게 다양한 색깔로 메워져 있었을 것이다. 그 시기의 사람들은 어쨋든 누군가 살아남았듯 한 시대가 저물고 한 인물이 잉태되었다.

가문과 가문과의 힘겨루기가 재밌게 느껴지면서도 여전히 다양한 이름들에 섞인 관직명이 적힌 이름에 적응 중이다. 책을 읽으면서 센고쿠 시대(전국시대)를 제대로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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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간다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인질'의 뜻을 지니게 되었다. 난세는 사랑을 짓밟고, 여자들은 이미 자유로운 감정의 발로를 가엾게도 봉쇄당하고 있었다. - p.46


"사람의 마음속에는 부처님과 악귀가 함께 살고 있어. 악귀뿐인 사람도 없고 부처님뿐인 사람도 없는 게야. 알겠느냐? 상대의 마음속에 있는 악귀와 사귀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너도 악귀가 될 수밖에 없는게 이치니까." - p.85


시대의 기형畸形은 그대로 인간을 기형으로 만든다. 이미 육친의 살상 따위는 도리에 어긋난다고 보지 않는 난세였다. - p.142


그릇이 큰 장수는 결코 그 부하를 죽음의 땅에 몰아넣지 않는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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