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비밀
에리크 뷔야르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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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지 않는 그날의 시간들.


 켄폴릿의 '20세기 3부작'을 천천히 읽고 있다. 기대와 달리 인물이나 이야기 면에서 크나큰 재미는 없으나 이상하게 손이 가는 책이다. <거인들의 몰락>(2015,문학동네)에서는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을 다뤄졌다. 마치 각 인물이 나라의 대표선수 처럼 포진되어 있어서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꼬여진 실타래, 계급의 차이 욕망, 혼란, 개인의 혼돈의 무게를 1부에서 느꼈다면 시작되는 2부는 에리크 뷔야르가 쓴 <그날의 비밀> 속 배경이 되는 2차 세계대전으로 향하는 그날의 시간들이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여러 해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들이 저질렀던 만행의 시간들은 늘 제자리에 있다. 어쩌면 우리가 잊지 않으려고 그 시간들을 질리지 않도록 혹은 질리도록 되짚어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짧지만 강한 임펙트를 주는 책을 잘 펴내는 열린책들에서 다시 한번 그날의 시간을 되돌려 볼 수 있는 책을 출간했다.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주는 <그날의 비밀>은 2차 세계대전이 감도는 1930대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16개의 짤막한 이야기로 그려져 있는 이 책은 히틀러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이름이 익숙하게 그려져있다. 어쩌면 그들이 없었더라면 2차 세계대전도 없었을 것이고, 많은 이들의 희생이 뒤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1933년 2월 20일 독일 국회 의장 궁전에서 익숙한 이름의 신사들과 히틀러가 비밀회동을 갖는다.


정치에 있어서 돈이 필요하고, 돈이 많은 사업가에게는 정치인의 막강한 조력이 필요하다.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긁어주는 이 공생같은 관계에서 그들의 결합은 자신들의 이익을 넘어서 2차 세계대전의 화력이 될 수 있는 수분을 공급하고 있었다. TV를 틀었다 하면 일본의 망발이 계속되고, 아시아 전역에 끼쳤던 그들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모습들이 에리크 뷔야르의 소설과 맞물려 읽게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여전히 정치인과 기업가의 공생관계는 경제 권력을 넘어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지난 날의 이야기였다면 지나 지나쳤을 순간의 이야기를 지금 이 시점 다시 읽으니 히틀러를 도와 그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더해주고, 나치당원들은 기업가에게 유대인을 잡아 노동력을 착취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잇속이 너무나 뻔히 보이는 순간이라 치가 떨리기도 한다. 한 사람의 탐욕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수 많은 이들의 욕망과 과욕이 다른 이들의 삶을 멍들게 만들었다. 세밀한 묘사와 그들의 안일한 모습들이 지금의 우리와 별반 다른지 않았다. 예전에도 지금도 사소한 순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많은 불꽃처럼 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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