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뒤샹 - 예술을 부정한 예술가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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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의 시작


​ 마르셀 뒤샹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샘'이다. 기존의 남자 소변기를 그의 서명과 함께 출품해서 당시에도 논란이 되었고, 지금도 독특하다는 인식은 지울 수 없다. 얼마나 강렬했던지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샘이 뒤따른다. 시를 읽다가 어려우면 잠시 접어두었다가 다시 읽는다. 그러다 계속해서 해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시인의 긴 문장이 담긴 산문집을 읽곤 한다. 잡히지 않는 주파수의 시그널이 소설을 읽듯 편안한 문장으로 읽다보면 어느새 시인의 눈과 손길에 의해 시인의 마음 속 깊이 사물에 박혀들었다. 마르셀 뒤샹 역시 하나의 작품 만으로는 어떤 예술가인지 모르고, 현대미술의 난해함을 그의 삶과 그가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 보고 싶었다.


<마르셀 뒤샹>의 책을 읽어도 여전히 그가 존재했던 시기의 예술과 정신에 대해 어렵게 느껴졌다. 쉽게 선이나 색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이고,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것들을 예술적 무대의 한복판에 내세웠다. 이전과 다른 개념의 이야기를 그는 해왔고, 예술을 부정한 예술가로 살아왔다. 불분명한 언어와 기존 제품을 내세운 작품은 도장을 찍어내듯 다양하게 발산된다. 산업화에 따른 예술가의 시도는 기존의 룰과는 다른 양상을 띄고 있지만 새로운 개념을 중요하게 심어 놓는다.


언젠가 아는 지인에게 현대미술이 어렵고, 손에 쥐어지지 않아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지인의 말이 잘 그릴 수 있으나 하나의 선이나 점, 면으로 간단하게 표현하며 정신을 심어놓은 것이 오늘날의 미술이라고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유럽의 강세가 뚜렸했던 시대에 그는 미국에서 자신만의 철학으로 미국 미술의 선두자가 되었다. 어떤 일이든 처음 선두에 서는 것은 어렵다. 저항력도 심하고, 모든 비난의 화살이 그의 행동과 생각의 결정체인 작품에 모여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기발하면서도 특이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계속해왔다. 이것이야말로 지금까지 우리가 미술사에 있어 그의 이름을 잊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어떤 것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일이란 불가능하다면서 생각을 말이나 문장으로 표현하려는 순간 우리의 생각은 달라진다고 했다. 그가 가장 신뢰한 언어의 형태는 시였다. 상징주의 시의 선구자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를 애독한 그는 언어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고 제자리에 있을 수 있는 곳은 시라고 했다. 따라서 그는 일상에서 직접적인 표현보다 간접적인 표현을 선호했고 모호한 상징적 언어를 구사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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