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변주곡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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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색깔의 섬세한 사랑 이야기


 안드레 애치먼의 <그해, 여름손님>이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받았던 것의 영향인지 <수수께끼 변주곡>의 만듦새도 전과 많이 닮아있다. 은은한 분홍빛이 돌아서 마치 볼터치를 예브게 한 복숭아가 떠오르고, 그 복숭아를 한 입 깨물면 복숭아의 단물이 들고 있는 손에 흐를 것 같다. 은은하지만 강하고, 단맛이 묻어나오는 복숭아처럼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역시 섬세한 필치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전에는 남녀간의 사랑만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했으나 언제부터인가 '사랑'이라는 범주에 대해 좁게 생각하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간의 사랑, 남자와 남자의 사랑, 여자와 여자간의 사랑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이 하는 사랑만이 옳다고 자신의 주장하며 설득하려든다면 반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누군가의 사랑에 대해 옮고 그름에 대해 판단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안드레 애치먼의 <수수께기 변주곡>은 <첫사랑>을 시작으로 <봄날의 열병>, <만프레드> <별의 사랑> <애빙던 광장>까지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갈망의 눈빛과 조심스러움, 때로는 터프한 몸짓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해, 여름 손님>이 장편의 긴 이야기라면 <수수께끼 변주곡>은 단편 특유의 각각의 색채를 드러낸다. 배경도, 시간도 다른 공간 안에서 그들이 느끼는 사랑의 발병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피어난다.

결고운 필치가 읽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배경속으로, 마음 속으로 훅 들어가게 만든다. 마치 조용하게 읊조리는 소리도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도록 귀를 쫑긋 내세우는 것처럼 소년 폴의 사랑을 흡착하듯 그려낸다. 각각의 단편들을 그려내는것 같지만 다섯 편 모두 폴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낸다. 어쩌면 한 남자의 사랑의 파편인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보여지는 면이 다를지라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모습은 그 어떤 로맨스 보다 더 정교하게 그려냈다. 그저 그들의 사랑을 화제나 눈요기로 보였다면 안드레 애치먼의 작품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작품보다 더 내밀하면서도 정교한 붓터치에 마음을 속삭이게 만든다. 그런 점이 좋아 자꾸만 그의 책을 읽게 되고, 그들의 지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에 혹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이 좋아한다는 것은 이토록 강렬하고, 강한 끌림이 있다는 것을 그의 필치를 통해 깨닫는다. 그의 소설을 읽을 때면 빠르게 눈으로 훑기 보다는 천천히 페이지를 녹이듯 책을 읽곤한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때때로 자잘한 섬세함에 잠시 멈출 때가 있지만 그만큼 더 깊이 녹아들 수 있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이 출간될까 싶을 정도로 그의 소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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