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프란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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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연한 아름다움


 제작년에 읽었던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 혐오>는 어려웠지만 좋았던 기억 때문에 다시금 그의 책을 펼치게 되었다. 무엇보다 파스칼 키냐르라는 이름과 제목에 반해서. 음악과 결속된 작품을 계속 써내려가는 그의 필치를 모두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근사한 제목답게 책은 줄곧 선연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무더운 여름에 읽기에는 뭔가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조용한 곳에 앉아 산새의 소리가 제법 강하게 들리는 곳에서 혼자 산책을 하듯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마치 드라마의 지문을 읽듯 희곡처럼 쓰여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전보다 더 읽기가 수월하다. 많은 함축적 의미를 갖고 있지만 우성 시를 읽는 것 처럼 문장이 주는 의미만을 생각하며 읽었다. 세 명의 인물이 희곡 속에 등장한다. 1890년의 미국의 한 사제인 시미언 피즈 체니와, 그의 딸 로즈먼드 그리고 나래이터가 그들을 설명한다. 19세기 가톨릭 사제인 그는 아내를 오래 전 아내를 떠나보냈지만 그의 애틋한 마음이 곳곳에 묻어난다.


그가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 마음들, 그가 배경으로 있는 곳들의 새소리, 바람소리가 음악의 영역으로 대두되며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애타게 부르는 그 목소리가 좋아 읽는 내내 애틋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장중하고 순화된 가곡의 느낌이라는 찬사가 어울리는 작품인 동시에 많은 말을 채우지 않아도 그 여백의 묘미가 사는 작품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들이 한 편의 시어 같아서 더 좋았던 책이다. 많은 말 보다는 그저 읽어보라는 이야기만 건넬 정도로 므흣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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