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역사
에밀리 프리들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아케이드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성장의 의미


 아이였을 때는 어른이 되고 픈 소망이 있었으나 언젠가 부터 나아간다는 단어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성장통'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 시기를 넘어가는 것에는 문턱이 있는 듯 쉬이 나아가지 못하고 한 번씩 턱에 걸려 넘어지기를 반복한다. 길을 건너면 힘차게 나아갈 것 같던 길목에서 한 번씩 급 브레이크를 잡는 느낌 이랄까. 나아가는 것은 이렇듯 긍정적인 동시에 두려움을 수반하고 있다.


에밀리 프리들런드의 <늑대의 역사>는 지금껏 읽었던 많은 성장소설과 다른 결을 갖고 있다. 낯설고 무서운 공간 안에서 한 소녀의 빛과 어둠이 세밀하게 그려진 소설이다. 스릴러 소설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열네 살 소녀 린다의 성장소설이 큰 축을 이룬다. 히피 공동체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린다는 미네소타 북부의 숲 가장자리 오두막에 살고 있다. 린다의 부모다 젊은 시절 히피 공동체를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그곳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누구의 관심을 받지 못한 린다는 학교의 역사 선생님인 그리어슨 선생님에게 관심이 쏟는다. 그러나 그리어슨은 자신이 아닌 동급생인 릴리에게 관심이 가는 것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심리적으로 호기심과 릴리를 질투가 이어진다. 서로의 화살표가 달리 이어지고, 역사 선생인 그리어슨과 릴리와의 소문이 학교 안에 널리 퍼졌다. 그럼에도 린다는 역사 선생인 그리어슨에게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표출하지만 그는 린다의 마음을 거부한다. 그 후 린다는 많은 변화와 선택의 기로 속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경험한다. 그것이 열네 살 소녀 린다의 성장기였고, 훗날 그 사건이 자신의 마음을 할퀴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열네 살 소녀의 린다와 성장 후 서른 일곱살이 된 여자 사람 린다. 소설 속에서 린다는 열네 살 소녀의 모습을 다시 떠올린다. 베이비시터로 돌보았던 네 살 소년 폴. 그러나 폴의 죽음이 린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낙인처럼 남아있다. 비극과 외로움의 극간 속에서도 사이사이 린다의 선택으로 인한 일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그런 파편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던 책이다. 끝을 말끔하게 이야기를 맺는 이야기 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짙은 여운이 남는 이야기들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깊은 숲 속 끝에서 외로움을 가진 소녀의 모습이 그녀가 다 성장 한 이후에도 여전히 앙금처럼 남아있었다. 지나간 시간들의 비극과 매혹, 후회의 시간들을.



리뷰어스 클럽의 소대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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