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사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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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이 느껴지는 시간들


 ​어릴 적 빛나고 영특했던 시간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이였을 때는 무엇을 하든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시간이 스르르 사라지고, 손안에 아무 것도 쥔 것이 없는 세월을 먹는 이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윤성희 작가의 <상냥한 사람>은 그 시절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형구네 고물상>의 아역배우 '진구'로 인기를 누렸던 그가 시간이 지나 TV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어렸을 때 열광했고, 함께 그 시절의 영광을 누렸던 그들의 인기는 어디로 갔는지 사그러지고, 아역배우 진구로 활약했던 형민의 진짜 모습을 그려낸다.


요즘 TV를 틀면 윤성희 작가의 책 속의 형민의 모습처럼 지난 시절을 함께 했던 그들의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을 잘 이겨낸 몇몇은 몇 번의 방향을 전향해 가수에서 배우고, 예능인으로서 활약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때때로 인기의 끝을 달렸던 이들이 어느 순간 방송에 보이지 않다가 몇 십년 만에 다시 화면에 보일 때 그들의 얼굴 속에 보여지는 삶의 빛과 그늘이 절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듯 그녀의 소설 속 형민은 별과 같이 빛나던 사람이었으나 시간이 지나 그의 삶에 있어서 많은 굴곡을 이룬다.


어쩌면 어렸을 적 꿈을 꾸었던 삶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미래를 꿈꾸었던 시간 속에는 절대 생각하지도 않았을 일들을 겪어내고, 사람들은 사람들은 잃고, 미래를 읽고, 가족을 읽고, 누군가와의 관계를 외면하며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살아왔다. 시간이 더할수록 더 좋은 사람, 상냥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희망을 뒤로하고 한 사람의 인생은 이렇듯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견뎌내지 못한 아픔이 차마 겪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을 윤성희 작가는 차분히 그려낸다.


밑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부유물들을 기꺼이 꺼내오는 시간의 여백을 그려내고 책이 아닌가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냥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에도 시간에 꺾이고, 사람에게 패이고, 상황에 빗겨나갈 수 밖에 없는 슬픔을 그려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밝은 불빛 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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