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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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민낯


 언젠가 채널을 돌리다가 JTBC에서 하는 차이나는 클래스를 본 적이 있다. 그때 트럼프 대통령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소개하면서 지역과 함께 J.D 밴스의 <힐빌리의 노래>가 소개되었다. 많은 이들이 모두 힐러리가 이길 것이라 전망을 했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힐빌리라고 부르는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한 백인 하층민들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J.D 밴스의 <힐빌리의 노래>는 힐빌리 출신의 32살 청년의 가족 연대기인 동시에 백인 하층민의 삶을 신랄하게 그려냈다. 그들만의 쓰는 언어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뜻하는 '할보'와 '할모'의 애칭으로 쓰며 조부모와 함께 자란다. 엄마는 약물 중독에 빠져있고,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새로운 아버지들의 후보는 매번 바뀐다. 그들이 살았던 환경 속에서의 척박함을 조부모의 삶 속에서 부터 내려와 자신의 부모까지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 J.D 밴스는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고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좋은 집과 차, 안락한 가정을 갖고 살고 있지만 물질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소속감을 누릴 수 없는 백인 하층민의 삶은 그야말로 계속되는 절벽이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공간의 이야기를 저자는 진솔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그런지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페이지가 쉬이 넘어간다. 모든 곳의 공간이 안락함을 누리지 못하고, 불안과 두려움, 걱정을 안겨주는 사회 속에서 그들은 약물에 중독되어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정부의 정책이 누리는 자에게 더 누릴 수 있게 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계층에게는 스며들어가지 않는다. 원래부터 척박한 삶을 살았던 조부모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채 시간이 흘러가도 그들에게는 똑같이 가난이 물려지고,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의 공간은 나아지지 않았다.


미국의 공동체 관계가 자본주의로 인해 중심에서 정책의 피가 흐르지만 변두리에서는 스며들기 보다는 흉터로 얼룩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불안하면서도 얼룩진 공간인 애팔래치아 가정에서 그는 다행히도 그곳을 나와 안착했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가난의 골이 무엇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은 아메리간 드림을 꿈꾸었지만 좌절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논픽션의 책이다. 현재 미국의 폐해라 볼 수 있는 책인 동시에 가난의 원인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인 계층의 이면,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적인 빈부 격차가 J.D 밴스가 살았던 힐빌리라는 공간이었다. 노동자들이 사회에 스며들지 못하고, 그들이 이룩한 것들이 점차 사회적으로 줄어들자 그들에게 다가온 것은 '무기력'이었다. 그들조차도 어쩌지 못했지만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줄 정부의 정책도 더하지 않았기에 그들이 왜 우리가 생각했던 이가 아닌 다른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무엇보다 책의 뒷 표지인 김훈 작가의 추천사가 인상깊었다. 모든 것이 다 있을 것 같은 풍요로운 시대에 빈곤에 허덕이고,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백인의 쓰레기라고 취급을 받는 그들의 삶은 때로는 모욕과 억압을 받으며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희망조차 그들의 꿈을 앗아가 버린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기어이 뚫고 일어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오늘 날의 우리와 나, 정부의 정책을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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