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유정식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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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우연일 수 없다.


 라이언 홀리데이의 책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는 마치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책세상)를 연상시킨다. 베고 잘 정도로 두꺼운 두께를 자랑하고 있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책은 거대한 우주를 갖다 놓은 듯 넓고 깊다. 이런 깊고 넓은 이야기의 맥락을 언져 놓은 것처럼, 라이언 홀리데이는 다층적인 예시를 들며 작품 혹은 작가를 비롯해 많은 유명인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비밀을 건네는 방법을 알려준다. 원래 이 책의 원제는 'Perennial Seller'다. 지속되는 판매자로 번역될 수 있는 이 단어를 이렇게나 길고 재밌게 번역한 이유도 창작의 의미를 단순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길고 긴 기다림 끝에 결과물이 나온다는 뜻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작가의 작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작법서나 작가를 탐구하는 책은 아니다. 마케터이자 미디어 전략가이고, 칼럼니스트이자 구글 자문을 맡고 있는 저자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이들이나 작품을 거론하며 그들의 작품이 왜 오랫동안 사랑받았는지에 대한 근거를 대고 있다. 영화배우, 운동선수, 가수, 영화의 예를 드는 것 보다는 문학작품을 쓴 조지 오웰이나 알렉상드르 뒤마의 예시가 더 눈에 들어왔다. 창작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양질의 책을 더 많이, 오랫동안 팔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어서 눈에 갔지만 초반의 이야기는 그리 눈에 띄는 방법은 아니었다.


일종의 기본적인 이야기가 당연하게도 들어가 있다. 창작의 고통을 아는 이에게는 더없이 기본적인 구조와 양질의 작품만이 오랜시간 사랑받을 수 있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는 속 빈 강정을 가지고 마케팅을 해야 하는 일도 생기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 말하는 작품의 의미는 양질의 책이다. 작품을 다듬고 제품처럼 패킹해서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를 이야기한다.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사서 읽는 입장이지만 많은 책들이 창작자에 의해 쓰여지고, 완성하기 까지 오랜시간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편집자에게 원고가 주어지면 그때부터는 이 책을 작품으로서, 하나의 상품으로서 만들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친다. 그것이 이 책의 주요 포인트고, 우리가 모르는 많은 과정들이 거치고 거쳐 하나의 상품으로 나왔을 때 마케팅을 어떡해 하고 , 어떻게 출시하며, 어떤 경로로 독자에게 가깝게 손이 닿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기 까지 한 사람의 역량 뿐 아니라 수고로움이 파생되는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그려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알맹이인 것 같다. 처음부터 잘 생산된 알맹이만이 노력과 자본, 전문가들의 손길이 더해져 세상 밖으로 힘차게 밀어 올릴 수 있다. 목적이 분명하고, 만들어진 것들에 대한 역사와 통찰, 열망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당연한 듯 하면서도 우리가 그렇게 까지 범위를 넓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면서도 과정 속에서 녹히지 못한 무엇이 다듬는 것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열망이 점점 사그러드는 순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아무리 잘 한 마케팅이라도 과한 마케팅이라면 오히려 마케팅을 안 한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접속만 하면 제품의 광고가 우후죽순 뜨는 세상에서 마케팅이란 적어도, 과해도 안되는 때가 왔다. 적절한 순간의 마케팅만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작품을 오랫동안 띄우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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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슨 일을 하든 우리는 모두 아이디어를 팔고 있다. 형태가 어떻든 그 과정은 동일하다. 그 과정에 숙달되고 올바른 방식으로 그 길을 생각한다면 당신의 아이디어는 앞으로 영원히 팔릴 수 있다. - p.24


자기가 몸 담은 분야의 '고전적 업적'들을 찾아 연구하고, 그 작품을 만들어낸 '마스터'들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그 업적이 오랫동안 인정받고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들을 살피고 모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창작 과정에서 작품이 '영원성'을 가질 수 있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하고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열망을 가져야 한다. - p.35


"통찰력은 완전하게 요리된 상태로 생겨나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보통 비선형적으로 이뤄지죠. 그 과정에는 최종 결과물을 가리키는 수많은 우회로가 있으니까요. 크리에이터는 본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호한 상태에서 직감에 의지해 발을 내딛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대한 혁신의 결과물은 최초의 아이디어나 비전과 닮은 구석을 찾을 수가 없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본디 이질적으로 보이는 아이디어들 간의 충돌을 반영하면서 시간에 따라 진화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자리에 앉아 뭐든 만들어내고, 그 과정이 유기적으로 펼쳐지도록 하는 겁니다. 모호함, 좌절감, 계획의 변경 등을 이겨내고 새로운 경험에 마음을 여는 것이 창작에는 필수적입니다. 이것이 창작의 전부이기도 하고요." - p.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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