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화학자 2 -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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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화학적 반응이 궁금하다면.

 

 좋아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먹고, 보고, 느끼는 것 까지도 달라졌다. 이전이라면 손도 대지 않았을 음식을 먹기도 하고, 읽지 않았을 분야의 책을 읽기도 한다. 수학, 과학에 대한 흥미가 없다보니 전형적인 문과구나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취향도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전창림 교수의 <미술관에 간 화학자>는 두 번째 시리즈 책이다. 2007년에 같은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2013년에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표지갈이를 하고 나왔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에 힘입어 두 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는 각각 인문학자, 수학자, 의학자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미술관에 들어가 명화를 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같은 그림을 봐도 전공한 이들에 따라 그림을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인문학적 관점으로, 때로는 일반인의 시선으로 느낌표를 찍으며 보는 것과 달리 <미술관에 간 화학자>는 그야말로 과학 특히 화학으로 그림을 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술사적으로 바라보는 그림이 아니라 과학적인 식견으로 바라보는 그림은 이전에 봤던 그림과는 틀리다.

당시 화가들이 썼던 그림의 재료가 다르고, 색을 이렇게 표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존재한다. 고흐의 노한 해바라기가 시간이 지나 점점 갈색으로 갈변되고 있다니. 당시 썼던 재료의 특성이 고흐가 그렸던 작품 속에 드러난다. 시대의 산업혁명, 당시에 대두되었던 그림의 질감, 선의 표현방식, 빛과 어둠. 화가들이 자연스럽게 때로는 괴기하게 표현한 것들을 전창림 교수는 과학적인 지식으로 풀어낸다.

미술관에 들어가 그 어떤 그림을 봐도 좋지만 이처럼 다양하게, 그림을 뜯어볼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혀 알 수 없었던 화학적인 이야기가 이토록 비밀 속 이야기를 파헤칠 수 있다니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계속 될 시리즈의 이야기들이 기대가 될 정도로. 이 책을 시작으로 그의 전작인 <미술관에 간 화학자> 첫번째 이야기도 읽어봐야겠다. 몇 번을 보고 들어도 무궁무진한 그림의 주제와 이야기가 들어있어 목마름이 느껴지던 미술관 나들이였다.


색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빛'이다. 물리학에서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빛의 입자, 즉 광자 자체로는 아무 색도 없다. 피동에 의해 생긴 스펙트럼으로 색이 결정되는 것이다. 파장이 길수록 붉은색을 띠고, 파장이 짧을수록 푸른빛을 띤다. 파란색은 정적이고 침체되는 색으로 느껴지지만 파란색 자체의 스펙트럼은 매우 역동적이다. 따라서 파란색은 주파수가 크다. 쉽게 말해 파란색은 진동이 심하여 에너지가 강한 색이다. 붉은 색에서도 역동성과 속도감이 느껴지지만, 실제로 붉은색은 파장이 길고 주파수가 작으며 진동도 심하지 않다. 우리가 느껴온 붉은색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이처럼 색의 속성에서 빚어진 오해들은 인간의 감정이 이성을 넘어설 때 빚어진다. 감정에 호소하는 낭만주의 미술이 인간의 이성을 혼란시켜 비판을 받았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p.166~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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