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 -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김희곤 지음 / 미술문화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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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정신을 축약한 공간의 의미.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자주 접했지만 건축에 대해서는 자주 접하지 못했다. 우리가 그리스나 로마의 건축물을 보는 이유는 그 시대에 살았던 이들의 사상이 집약적으로 농축되어 있어 보다 더 깊게 그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조선을 잘 알려면 조선의 정신을 축약한 공간인 '서원'을 잘 알아야 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신전 같은 경건함과 그들이 추구하는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다른 나라의 공간에 대해서는 귀기울여 들으려고 노력하는데 비해 우리는 우리의 것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서원은 중국의 백록동서원을 모델로 하여 우리만의 방식으로 발전되어 왔다. 우리나라 최초서원인 백운동서원을 시작으로 퇴계 이황 선생이 한국의 서원을 정착시켰다. 책에서는 안향 선생의 소수서원을 시작으로 이황 선생의 도산 서원, 류성룡 선생의 병산서원, 정여창 선생의 남계서원, 김인후 선생의 필암서원, 최치원 선생의 무성서원, 김장생 선생의 돈암서원을 다루고 있다. 그들이 학문으로서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향을 담은 곳이기에 서원에 가면 그들의 예를 모실 수 있는 제향공간이 있다.


자명


나면서부터 크게 어리석었고, 자라면서 병도 많네

중년에 어찌 학문을 좋아하였으며, 만년에 어찌외람되이 벼슬이 높았던가!

어찌 내세를 알겠는가, 이 세상도 알지 못하거늘

근심 속에 즐거움이, 즐거움 속에 근심이 있네

저세상으로 떠나며 이생을 마감하니, 여기 다시 무엇을 구할 소냐

(중략) - p.74~75 이황선생의 자명 중에서


이처럼 그들의 이상향을 두는 곳이기에 그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서원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의 정신이 흠씬 묻어난다. 제자를 양산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이 지은 공간 안에서의 매력을 저자는 섬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때때로 건축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원의 면면이 재밌게 읽히지만, 서원이라는 이름만 자주 들었을 뿐 그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다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역사를 배울 때 서원에 대해서 다층적으로 배우기 보다는 서원 건립, 서원철폐와 같은 단어로만 그들의 공간을 배워왔다. 그래서 그런지 익숙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려운 공간이고, 그들의 정신을 배우는 동시에 파가 갈리는 모습을 봐왔다. 그래서 긍정적인 모습 보다는 단점인 면모만 봐왔는데 그런 본질적인 면면을 건축과 함께 당시의 정신을 전파하려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유교에서 중용中庸이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점을 의미한다. 이처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간 질서를 대칭 구조라 하는데, 사람의 골격과 같이 건축 공간 역시 중심축을 따라 대칭을 이루며 균형을 유지한다. 건축에서 중심축이란 공간의 질서를 잡아주는 중심선이다. 그 선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을 우리는 것은 고대부터 이어진 건축법이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그리스 신전, 로마의 성당은 모두 대칭 구조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 p.24


무엇보다 가장 익숙하게 접할 수 있었던 서원은 퇴계 이황 선생의 도산서원이다. 서원이라 하면 엄청 큰 건축물이라 생각했는데 소박하고 자연과 함께 벗을 하며 지내려는 그의 사상을 깊이 엿볼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책에서는 사진을 통해 각각의 서원에 다른 점과 서원의 위치에 따른 공간의 의미를 알려준다. 공간적인 의미, 시대의 방향, 경상도 지방에 많이 분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산수가 빼어난 곳에 위치한 공간 속에서의 건축의 매력을, 그들의 정신 공간을 깊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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