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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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


 새를 싫어한다. 아니, 새를 무서워한다. 어렸을 때부터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부리부리한 눈과 뾰족하고 날카로운 입 때문인지 새를 무서워했다. 커크 월리스 존슨의 책을 읽을 때도 새를 무서워 하기에 새와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로울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고민이 무색 할 정도로 처음부터 몰입도가 어찌나 높은지 초반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깃털 도둑을 이야기 할 때 한 명의 이야기로만 지칭되는 줄 알았는데 책 속에 등장한 이들의 이름 뿐 아니라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많은 이들이 잠재적인 '깃털 도둑'이었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얼마나 어마무시한 것인지를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 도둑>을 통해 짐작 할 수 있다.


이미 없어져 버린 많은 멸종 동물과 식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도 어쩌면 인간의 손에 훼손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사 박물관과는 정말 친하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러셀 월리스가 8년간 말레이 제도에서 목숨을 내어놓고 표본을 채집한 월리스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채집하고, 표본을 만들고, 새에 관한 정보를 꼼꼼하게 정리를 했지만 한 순간의 사고가 그가 오랫동안 연구한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이 책은 한 편의 에세이지만 마치 범죄소설처럼 깃털 도둑인 에드윈 리스트의 이야기에서 부터 시작된다. 연어 낚시를 하기 위해 플라이를 취미 생활로 만들기 시작한 그가 왜 2006년 6월, 트링 박물관에 들어가 표본된 많은 깃털을 훔쳤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마치 옆에 있는 듯 영국 왕립음악원의 플루트 연주자인 한 남자가 새의 깃털에 관해 갈망하며, 트링 박물관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새의 가죽을 훔쳐와 이베이와 개인 홈페이지에 판다. 깃털에 관한 수요가 낚시를 하는 이들의 손길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19세기 말 패션에도 깃털의 바람이 분다. 비단 한 사람의 욕망이 아니라 깃털 도둑은 다양면으로 그들의 깃털을 노리는 이들이 많았다. 새의 아름다운 몸피를 치장하는 깃털이 인간의 손에 들어가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치장하기 위한 하나의 재료로서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오랫동안 깃털을 사수하기 위한 인간들의 무자비한 새의 살육은 끝이 없을 정도로 자행되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 행동을 지양하게 되었다.


실질적으로 트링 박물관에 들어가 새의 깃털과 월리스가 수집한 집까마귀, 푸른채터러, 케찰, 멧닭, 청란, 붉은꼬리검정관앵무등 다양한 새의 깃털이 그의 손에 들어가 다른 이들의 손에 깃털을 쥐게 된다. 이 책은 깃털 도둑 다양한 세계를 기록하는 동시에 플라이 타잉에 관한 세계로 발을 디디게 만든다. 한 번도 접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매혹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논픽션의 책이자 한 편의 에세이지만 정확히 이 책은 박물관학에 관련된 책이다. 새로운 분야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에드윈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고, 깃털을 모자에 옷에 치장하는 귀부인들의 패션이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하는 월리스의 연구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있는 그대로 생명을 놔두지 않고, 연구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새들을 박제해 데려오고, 아름다운 것에 홀려 그들의 손에 쥐는 자들 중 누가 진짜 깃털 도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잠재적인 도둑이지만 과연 누가 더 나쁜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 책이다. 인간의 욕망은 그토록 잔혹하기도 하고, 매혹적으로 그들을 착취하며 쓰는 이들이라는 것을 고발하는 내용은 아닌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한 점도, 궁금한 점도 늘어갔다. 나는 결국 직접 진실을 파헤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것이 플라이 중독자, 깃털 장수, 마약 중독자, 맹수 사냥꾼, 전직 형사, 수상쩍은 치과의사 같은 사람들을 만나, 은밀한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야 하는 일이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속임수와 거짓말, 위협과 루머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가도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뒤에야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물론,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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