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전집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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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등대와 같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에 대해 겁을 먹고 있었다. <자기만의 방>으로 유명한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그녀의 작품을 읽지 않아도 대변되는 그녀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 세계문학전집들 사이에서 많은 작품을 찾아 꺼내 읽어도 버지니아 울프의 책은 '감히' 손에 들지 못했다.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올해 호에 마이클 커닝햄의 <디 아워스>(2018,비채)를 읽으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워이 부인>을 읽고 첫사랑처럼 마주한 그 소설을 시작으로 작품을 써내려갔다. 그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그녀의 생과 작품세계에 영감을 받았지만 어려울 것 손을 대지 않았던 작품이 사실은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어렵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마치 처음 세계문학전집들의 책이 어려울 것 같아 망설였던 지난 시간 처럼.


그들은 거기에 매일 저녁 규칙적으로 어떤 욕구에 이끌려 나왔다. 이곳은 마치 마른 땅에서 침체되어 있던 생각들에 돛을 달아 출발시키는 듯했고, 그들의 육체에 심지어는 약간의 안식까지 제공하는 듯 했다. 처음에 색채의 넘실거림이 만을 파란색으로 덮쳤고, 가슴은 그것으로 부풀어올랐고 몸은 헤엄치다가 바로 그 다음 순간 거친 파도 위의 가시 돋친 암흑에 의하여 저지되고 냉각되었다. 그러고 나서는 거대하고 검은 바위 뒤에서 거의 매일 저녁 간헐적으로 분출되는 파도를 주시해야 했고, 하얀 포말의 분수가 찾아왔을 때에는 기뻐했다. 그러고는 그것을 기다리는 동안 창백한 반원형의 해안에서 파도들이 되풀이해서 진주말을 떨구는 것을 지켜보았다. - p.33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는 버지니아 울프의 다섯번째 소설이다. 솔출판사에서 기존에 출간된 작품을 탈바꿈해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모던한 표지가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책에서 자주 쓰지 않는 문장들 때문에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눈에 익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그녀가 그려놓은램지부부의 일상이 눈에 그려진다. 특별히 오르내리는 낙차없이 이야기는 의식의 흐름 속으로 인물들을 그려내고 있다.


이전이라면 느끼지 못했을 이질적인 순간들의 의미와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결혼과 삶의 세계를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알아가고 있어서 그런지 그녀의 언어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부적인 사회의 면면, 여자가 가정에서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억압. 그것이 도리스 레싱의 날카로운 필치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경험하지 못했거나 시대에 따라 변모하고 있다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자의 삶은 지금과 별반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등대와 같다는 이야기에 동조하며 그들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 다시금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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