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서 느껴지는 명불허전 이야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 : 돈황과 하서주랑 - 명사산 명불허전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손에서 느껴지는 명불허전 이야기

 그동안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보이지 않았던 일인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면 이번에 출간된 중국편은 생생한 여행기를 봉인해 담아 놓았다. 이런 생생한 여행기라면 유홍준 교수와 함께 여행길에 오르지 않았어도 함께 여행을 떠나는 바람이 느껴질 정도다. 한글 세대이다 보니 한글에 익숙하고, 한자를 읽을 때면 땀이 삐질 흐르지만 어쩐지 유홍준 교수의 책은 그의 글 속에 수록된 글자 하나하나의 속뜻을 다 이해하고 싶어 더듬거리더라도 빠짐없이 읽어냈다.

이 책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으로 1,2 권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편집본이어서 그의 광활한 여행에서 그려진 글 만큼이나 수록된 사진 속에서 드러난 매력은 다 맛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볼 수 있는 중국의 3천년의 역사와 면적으로는 한반도의 약 40배의 크기의 역사를 그의 발자취를 통해 느껴볼 수 있다니 그야말로 기대가 컸던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우리와 인접해 있는 국가이기에 나중에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여행지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부모님이 종종 중국으로 여행을 다녀오시며 우리나라에 없는 중국의 풍광에 놀라움을 전해주시기도 했지만 그들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을 뿐 그게 동요되지는 않았다.

광활한 대지와 자연이 어우르고 있는 중국을 어떡해 여행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묻어있으면서도 다방면의 지식을 갖고 있는 유홍준 교수는 가고 싶은 곳을 차례로 일별해 놓았다. 중국편 1권에서는 돈황과 하서회랑을 2권에서는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면면을 살펴보는 동시에 기죽지 않는 그의 설명이 동시에 녹아든다. 광활한 대지를 갖고 있는 그들과 그들의 땅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자원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와 상대가 되지 않지만, 그 속에 녹아드는 섬세함의 우리의 궁궐이나 문화유산에 대해 그는 비교하면서도 고유의 색채가 묻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움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이번 중국편의 이야기를 중국 여행기처럼 느껴졌다. 때때로 여행기를 읽다보면 느낌표도 많지만 그 나라에 관한 글을 마주하다 보면 우리나라에 없는 문화에 대해 상찬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좋다는 것을 넘어 우리보다 더 높다는 식의 칭찬이 더해지면 읽는 이로 하여금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유홍준 교수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것 만큼이나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는다. 그런 부분이 책을 읽는 내내 좋았다. 돈황은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의 타클라마칸사막 동쪽 끝자락에 있는 관문이다. 유홍준 교수에게는 이번 답사가 로망이었고, 오래전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실크로드'의 영상이 그의 마음 속 깊이 박혀 있었다. 그의 답사는 여러번에 걸쳐 시도 되다가 몇 번의 계획을 수정한 끝에 다다랐다.

첫번째 답사는 2018년 6월 서안에서 하서회랑을 거쳐 돈황에 이른 다음 돈황에서 투루판을 거쳐 우루무치까지는 8박 9일의 코스와 두번째 답사는 2018년 8월, 우루무치에서 비행기로 가 천산산맥 너머 추카로 간 다음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로질러 호탄으로 가 야르칸트와 카슈가르를 거쳐 파미르고원에 이르는 8박 9일 코스, 세번째 답사는 2019년 1월 만리장성의 서쪽 끝 관성인 가욕관에서 안서 유림굴을 거쳐 돈황으로 들어가 막고굴을 갔다가 양관과 옥문관을 다녀오는 4박5일의 여정의 일정이었다. 여러번에 걸쳐 유홍준 교수는 시대가 낳은 유물들에 역사와 이야기를 풍성하게 그려낸다. 우리가 가진 불상이 섬세한을 더한다면 중국의 불상들은 커다란 스케일을 자랑할 만큼 면적이나 크기로 눈을 앞도한다.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맥적산 전경이나 석굴에 관한 이야기가 재밌게 읽혔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전경의 모습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북위시대의 거대한 삼존불을 중심으로 뻗어진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각각의 보여지는 풍광의 아름다움과 불상, 그곳에 얽혀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다양한 아름다움 만큼이나 중국의 역사가 재밌게 읽히기도 하지만 중국의 역사를 알고 읽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깊고 깊은 중국의 이면을 다채롭게 읽을 수 있는 답사기였다. 중국편의 마지막 편인 3권도 어서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