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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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의 끝에서


 앤드루 숀 그리어라는 작가의 이름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2018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었다. 워낙 많은 상들이 있고, 수상을 했다고 눈여겨 보지 않지만  권위있는 상 몇몇은 살펴보게 된다. 그 중에서 가장 합이 잘 맞다고 생각되는 상은 나오키상과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었는데 이제는 퓰리처상도 눈여겨봐야겠다. 이전에는 공쿠르상과 같이 퓰리처상 수상작도 조금 어렵게 느껴졌는데 <레스>는 이전의 작품과 달리 경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 중 <막스 티볼리의 고백>(2008, 시공사)과 <어느 결혼 이야기>(2012, 시공사)를 책장에 두고도 제일 먼저 펼쳐든 책이 <레스> 였다. 레스는 50살의 무명 소설가인 남자사람이다. 어느날 전 남자친구인 프레디의 청첩장을 받아든다. 모두가 그가 남자친구라고 알고 있는데,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간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어떤 구실을 핑계 삼아서라도 그의 결혼식에는 가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다. 그러다 찾게된 핑계가 청첩장과 함께 혼 편지였고, 그는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츠려 달라는 제안에 바로 응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레스의 여행.


난처한 상황을 피하고자 한 여행이지만 그는더 난처한 상황에 맞닥들인다. 삶이란 다 그런 것인지. 한 고비를 넘기면 또 하나의 파도가 오듯 그와 함께 15년을 살았던 천재 시인 로퍼트에 관한 심포지엄이었고, 그는 로버트의 아내였던 메리언에게서 로버트를 뺏어온 전 남자친구였을 뿐이다. 그렇게 로버트와 15년을 함께 해오다 한순간에 헤어지게 된 두 사람 사이는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다. 


어떤 것이듯 영원한 것은 없지만 얄궂게도 로버트의 아내 메리언과 만나야만 하는 상황이 초래한다. 차라리 그럴줄 알았더라면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에 가는 것이 더 나았을 상황. 그는 한순간도 평탄하지 못한 상황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함께 마음을 나누었지만 이마저도 이별에 이별을 더해나가는 삶이었다. 그런 그에게 다시 과거의 이야기를 돌아가는 시간과 함께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는 상황 속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어쩌지 못한 상황의 아이러니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을 하게 만들고 앞으로 그가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눈여겨 보게 된다. 사이사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가 신랄하게 마음속으로 읊조리고 있는 상황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느껴진다.


한 발 더 전진했을 것 같은 삶이 다시 두 발자국 뒤로 가는 삶의 향연의 모습이라니. 그의 지적인 시간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비록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다시금 삶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추가 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한참을 큭큭거리며 웃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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