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요리책 - 헤밍웨이의 삶과 문학을 빛나게 한 요리들
크레이그 보어스 지음, 박은영 옮김 / 윌스타일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헤밍웨이의 삶과 작품 속의 요리들.

 

 요즘은 TV를 틀었다 하면 세계여행과 먹방이 대세다. 예전에는 먹는 거, 보는 거를 즐기는 시간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이야기가 시큰둥하게 느껴졌다. 서로 깔깔대며 마음껏 소비를 하는 여행 보다는 혼자 세계여행을 떠나 체험하는 여행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그들의 소박한 식도락 여행을 할 때마다 식당에서는 어김없이 한 소설가의 이름이 등장한다. 다른 프로그램이었지만 식당이나 술집에서 그 술을 이야기 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이름이 '헤밍웨이'였다. 그의 발자취는 참으로 많은 나라에 도장을 찍듯 여러 곳에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으로, 그의 사인으로.


<헤밍웨이의 요리책>은 그의 필모그라피를 훑어 나가듯 그의 삶을 관통한다. 유년시절의 헤밍웨이부터 소년시절, 청년의 헤밍웨이의 모습, 참전한 군인이었을 무렵, 첫사랑과의 좋았을 때, 말년의 모습까지도 그려져 있다. 동시에 그가 먹고 마셨던 수 많은 음식과 술들의 레시피가 적혀져 있다. 헤밍웨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같은 책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굉장한 식도락가이자 술꾼이었다. 게다가 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자신의 식욕을 최대한으로 만끽했다. 그의 책들은 때로는 호화롭고 더러는 소박한 음식으로 채워져 있어 책을 덮고 나서도 그 식감과 맛, 냄새가 입안에 남아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떠오르는 정서를 독자들에게 배달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것, 이것이 헤밍웨이식 예술의 토대였다. - p.10


그는 굉장히 남성적인 문체를 가졌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했을 때는 단문의 글들이 호록호록 떨어져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했다. 섬세함이 느껴지는 글을 좋아하는 터라 그저 단순한 이야기로만 치부하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읽게된 <노인과 바다>(2012,문학동네)에 매료되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단순한 이야기의 매력을 이제서야 안 것처럼 그의 짧은 이야기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의 글은 섬세하지 않지만 마치 철썩이는 파도와 같은 글이라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의 물결에 쓸리게 되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야." 그가 말했다. "이 술에서 후회와 똑같은 맛이 나. 진정한 맛을 지니고 있지만 사라져버려." - p.316


술을 좋아하지도, 잘 마시도 않지만 그가 즐겨마셨다던 압생트는 꼭 한 번 마셔보고 싶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사냥에 나섰고, 말년까지도 사냥을 해왔다. 팔딱팔딱 뛰는 사냥감들을 포획해와 직접 요리를 하고 술과 함께 곁들이면서 그는 자연스레 작품 속에서도 그와 같은 삶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적어 놓았다. 그가 먹었던 음식의 레시피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그가 지나온 순간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이야기라 할 수 있었다. 그가 느끼고, 생각해 온 것들을 들춰보는 느낌이었다. 헤밍웨이가 먹었던 것들을 다시 재현해 볼 수 있는 책인 동시에 그의 삶과 작품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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