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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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삶의 정취.

​ 한동안 번역서만 읽다가 오랜만에 박완서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읽었다. 외국소설이 좋아서 읽는 것도 있지만 같은 시대에 살아가는 작가들의 글 속에서 허를 찌르는 칼날이 느껴지지 않았다. 르포인지 다큐인지 모를 이야기들만 그려져 있어 자연스럽게 한국소설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책이 박완서 작가의 단편집이다. 48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오목조목하게 들어가 있는데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고가구처럼 삶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우리와는 같은 듯 다른 삶을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는 지금과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게 느껴졌다.
가부장적이면서도 동시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여자들의 고된 삶이 드러난다. 아이를 낳아도 여자가 아닌 남자아이를 낳아야 하고, 낳지 못하면 다른 여인을 데려와 아이를 낳아야 한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폭력적인 삶이 까슬까슬하게 느껴진다. 학력과 재력, 성품 모든 것을 가진 이들의 허세와 남녀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거칠거칠하면서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제 눈의 안경인 인연의 고삐들을 각기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보니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만 박완서 작가의 톡쏘는 글맛이 일품이다.
그럼에도 이 글에는 1970년대의 전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예전에 출간된 것을 다듬어 새 옷을 입었다 하더라도 예전의 고풍스런 이야기와 주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시대를 거스르지 않는다. 지금과는 다른 느낌의 풍경화지만 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겹고도 고압적으로 느껴졌다. 50년도 안된 시대의 이야기는 마치 오래된 시대를 넘어가는 만큼이나 큰 간극이 느껴진다.
 


할머니의 세대, 엄마의 세대, 현재 나의 이야기들이 어찌나 그렇게 다른 페이지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걸까. 결혼적령기에 결혼을 하려는 이들과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이나 결혼 후에 예전에 구애했던 남자와의 이야기등 그 시대의 멋과 허세, 관계의 이질감이 드러난다. 웃지 못하는 웃픈 상황 속의 이야기의 재밌었고, 착한 시어머니를 연기하는 시어머니의 대처법에도 작가는 칼날을 드리운다. 그것이야 말로 최선이었을까? 오래되지 않았지만 살았던 이들의 정취를 돌아보면 어느새 시간은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관찰하고 있다.


한 수 더 나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자리는 다시 두어칸 뒤로 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지나간 시간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정겹지만 정겨운 시간 속에서 걸쳐왔던 억압과 많은 시대의 유물들로 인해 우리는 시간의 갭을 느끼고야 만다. 48편의 다양한 단편집을 통해 박완서 작가의 다채로운 색채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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