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카멜레온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같은 이야기

 

 <달과 게> <광매화>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으로 유명한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에 첫 발을 디뎠다. 그동안 그의 작품에 대해 이름은 무수히 들어봤지만 매번 그의 작품과는 인연이 없어 읽어보지 못했다. 들어온 바에 의하면 지금껏 출간된 책과는 다른 색감의 이야기라 더 기대가 된 <투명 카멜레온>은 예상한 것과 달리 하얀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였다. 멋진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라디오 디제이인 기리하타는 누구나 한번쯤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에 반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외모가 컴플렉스였다. 그래서 다른 이들과 달리 얼굴을보여주기 보다는 신비주의로 자신을 꾸미며 청취자와의 관계를 이어 나간다.

 

그들의 상상 속에 기리하타의 모습이 이렇게 저렇게 변모되지만 잘생긴 미남을 떠올리기에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에게는 그가 동경어린 대상을 넘어 이미 여자친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일상은 단조롭다. 그의 심야방송이 끝나면 단골바 IF에 가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하루의 피로를 푼다. 그것이 하루의 낙이었던 그에게 어느 날 한 여자가 들어와 무언가를 중얼 거리며 나가게 되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의 실타래는 이상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과연 그 여자는 누굴 죽인 것이며 기리하타는 어떤 소동에 휘말리는 것일까.

이야기는 툭툭 던지는 것처럼 가벼운 바람만 부는 이야기일 것 같았으나 미치오 슈스케는 마지막에 히트 카드를 숨겨 놓는다. 그 전까지는 그저 그들의 크고 작은 소동에 웃었지만 그 히든 카드를 꺼내는 순간 이야기는 다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하얀 거짓말에 관한 동화같은 이야기라 울고 웃었지만 그야말로 작가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따스하게 느껴진다. 모든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투명 카멜레온을 누군가가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걸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는 이야기.

때때로 하얀 거짓말이라도 그것조차 거짓말이기에 '거짓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지만 미치오 슈스케가 그린 이야기는 하얀 거짓말에 위로를 받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때로 그것이 우리가 부르는 '희망'이라는 단어처럼. 지금도 그런 면이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동글동글한 마음이 적었을 때는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야 싶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하얀 거짓말에 눈을 감아줄 수 있게 되었다. ​재미와 즐거움을 더해 따스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의 전작들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