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라일락 걸스 1~2 세트 - 전2권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3
마샤 홀 켈리 지음, 진선미 옮김 / 걷는사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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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겨울 속에서도 피어난 꽃


 걸그룹을 연상시키는 발랄한 제목이지만 마샤 홀 켈리의 <라일락 걸스>는 제 2차 세계대전을 몸소 겪은 세 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를 과감없이 그려내고 있다. 처음에는 표지에 그려진 그림들이 눈에 깊이 들어오지 않았으나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그 의미를 충분히 받아들였다. 이 책의 이야기를 가장 함축적으로 가장 잘 그려낸 그림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을 때 가장 매혹적으로 느끼는 주제가 '전쟁'과 '사랑'이다. 인간에게 있어 전쟁은 가장 하면 안되는 것 중 하나이지만 누군가의 손에 의해, 동기에 의해 전쟁은 발발된다. 가장 최악의 순간이 도래하고, 인간의 모든 본성이 가장 서슴없이 드러난다. 숨길 수 없는 맨얼굴이 들어나는 시간들이기에 앞으로도, 뒤로도, 옆으로도 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국가는, 개인은 어떻게 선택 할 것인가에 대한 기로에 빠져든다. 개인이 선택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일들이 자행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라일락 걸스>는 배우이면서 사교계의 중심에 선 캐롤라인과 히틀러가 폴라드 침공을 하면서 가장 위험에 맞닥뜨리는 인물인 카샤와 의대를 힘겹게 졸업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취직이 안되던 그녀가 행한 곳이 바로 라벤스뷔르크 수용소 의사로 가는 헤르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39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읽는 이로 하여금 그들이 처한 상황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캐롤라인, 카샤, 헤르타의 이야기가 모두 재밌게 읽혔지만 누구보다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유태인들을 못살게 구는 것은 물론 카샤 자신과 함께 엄마, 언니와 함께 라벤스뷔르크 수용소에 들어가 '래빗'으로 부르며 실험용 토끼가 되어 온몸으로 전쟁의 잔혹함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폭력과 두려움, 수치심, 공포, 그 모든 것이 한데 아울러 카샤를 덥쳐왔고, 소녀는 그 모든 것을 몸으로 견디면서 고통을 이겨냈다. 카샤가 전쟁의 중심에서 선 피해자라면 한 개인의 평범하고도 소박한 삶을 살려고 하는 헤르타는 가해자가 되어 누군가의 삶을 꺼트린다.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고자 하는 의도도 없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헤르타는 가해자의 변모하게 된다. 놀랍게도. 책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캐롤라인도 카샤도 헤르타의 이야기도 군더더기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듯 감정의 느낌표 보다는 그들이 처한 상황의 이야기만을 간결하게 그려내고 있어 이야기를 읽는데 있어 더 극적으로 느껴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실존인물들과 비어져 버린 이야기 속에 가장의 인물을 덧대어 그려냈지만 운명의 장난 이라는 것이 얼마나 한 순간에 일어나는 것인가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시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시간 속에 들어간다면 어떤 인물로 살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되었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그들의 이야기는 세드엔딩이 아닌 해피엔딩이었다. 전쟁의 상흔이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들의 억압을 이겨내고 자유와 사랑을 찾게된다는 이야기였다. 다행스런 한숨과 그들이 겪었던 많은 얼룩진 발자국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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