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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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형식과 문체가 매혹적인 소설

 이전에 읽었던 소설과는 결이 다른 소설이다.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주인공의 목소리에 빠져 들어 그의 이야기를 자꾸만 듣고 싶다.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던 중 액체질소 폭발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는다. 그 사고로 주인공은 얼굴을 잃어버리고, 사회의 창구라 할 수 있는 얼굴을 읽어버린 그는 모든 것이 차단되었다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다시 누군가와 소통을 하기 위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버린 얼굴을 가려줄 인간의 피부와 같은 가면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완성된 가면으로 자신의 부인을 유혹한다. 자신이지만 가면을 쓴 타인에 대해 부인이 어떤 대처를 할 것인가 궁금했던 '나'는 가면을 쓴 타인의 유혹에 넘어간 부인에게 질투심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주인공은 부인을 단죄하기로 하지만 부인은 이미 가면을 쓴 타인이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가면을 쓴 타인이라고 고백하려고 하는 순간 부인은 사라져 버렸다. 그들의 이야기를 검은색, 흰색, 회색 노트와 아내의 편지 속에 그들의 이야기가 구성되어 그들의 심연을 깊이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독특한 구성과 자신이면서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질투를 느낀 나의 실존주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깊은 심연이 깊게 깔려져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진입 장벽이 높은 소설이기도 하지만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사고로 얼굴을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는 복잡다단한 이야기인 동시에 사람의 첫인상을 대표하는 '간판'인 얼굴을 읽어버린 것은 곧 전체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전쟁 중에 팔 다리를 절단하고도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던 반면 한 군인은 얼굴을 심하게 다쳐 병원에 실려왔다. 몸은 괜찮았으나 오직 얼굴만 깊은 상처를 갖고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 몸을 던져 버렸다. 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얼굴에 대해, 실존주의에 대해 많은 상념을 남겼지만 얼굴을 잃어버린 군인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인간의 깊은 내면을 아베 코보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취했지만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양면성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아 읽는 내내 그의 독특한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모래의 여자>(2001,민음사) <불타버린 지도>(2013, 문학동네) <타인의 얼굴>까지 아베 코보의 세 작품을 '실종 삼부작'이라고 하는데 두 작품 역시 모두 읽어보고 싶다.

아베 코보의 작품은 처음이라 이정희 번역가의 작품 해설을 통해 그에 대해서, 이 작품에 대해서 다층적으로 느껴진다. 그가 말하고자 의미 그대로가 아닌 다층적으로 보여지는 <타인의 얼굴>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의미를 다채롭게 알고 싶다면 저자인 아베 코보의 이력부터 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간에게 있어 얼굴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것이 오직 사회적인 통로로서 사용 가능한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빛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투명하다 하더라도 비추는 대상을 모조리 불투명하게 바꿔버리는 것 같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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