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제니 로슨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격하게 행복하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위로 올라갔다가 점점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내려가는 제니 로슨의 이야기는 세상 밖으로 던져졌다가 다시 툭하고 제자리로 찾아 돌아온다.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이야기가 강하게 밀려들듯 하다가 어느 순간 그녀의 마음과 몸속으로 침투한다. 최고와 최하의 공간 속에만 있다보니 중간의 지점에서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글 속에서 튕겨져 나가지 않는 이유는 그녀가 갖고 있는 병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릴적 나는 아직 진단받지 않은 불안이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빈 장난감 상자에 들어가 숨는 것으로 불안을 고쳤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를 고립시켜 고쳤다. 대학에 다닐 때는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낄 때마다 먹는 것으로 보상하는 섭식 장애를 고쳤다. 어른이 된 지금은 약말과 정신과 상담 그리고 행동요법으로 고친다. 내가 얼마나 미쳤는지 고통스러울 정도로 솔직해지는 것으로 통제한다. 그리고 가끔은 다른 선택안이 없어서 그냥 병이 나를 통제하게 놔두는 식으로 통제한다. - p.29


뉴스를 보다보면 많은 질병에 대해서 한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가 있다. 계속 반복되어 사건들이 일어나다보니 사람들은 범인이 갖고 있는 병에 대해서 주목하게 된다. 더불어 그가 갖고 질병이 감경의 조건이 되다보니 많은 공분을 사다보니 사건과 관계없는 투병을 하는 이에게도 절로 화살이 돌아온다. 개인의 질병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갖는 문제점에 대해 관리나 해결방안 없이 홀로 그 병을 앓고 있는 이에게만 주홍글씨가 씌어진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어떤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절로 마음에 상처가 있다고 하면 절로 그들을 제대로 보기 보다는 스스로 피하게 된다.


제니 로슨은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꿰뚫어보이듯 자신이 갖고 있는 병에 대해 여과없이 보여준다. 마치 매일 밥 먹었어? 하는 어투로 그녀는 그녀가 처방받은 약이나 검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녀의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들도 거리낌없이 가족들에게 안부인사처럼 주고 받는다. 남편 빅터는 그녀의 모습에 놀라거나 혹은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며 타박대신 농담으로 일축한다. 그녀의 엄마 역시 그녀를 미친사람이라며 욕하는 대신 차라리 미친 것이 나을지도 모르지 하며 쿨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가족들의 반응이야말로 그녀가 평온하게 삶을 살아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수면장애, 정신병, 우울증, 자해, 피부 긁기 등 그야말로 잦은 사고들이 따른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항우울제 치료제를 받거나 각종 약을 먹으면서도 그녀는 약에 대한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상황을 빗대어 말하기도 하고, 약이 주는 반응이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에 대해 유머러스있게 말한다. 우리라면 이런 상황을 여러번 마주 한다면 그녀와 같이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 낙인이 찍히고, 정신이 아픔에도 정신과에 조차 가지 않으려는 사람들 속에서 당당하게 책을 출간하고,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을까.


그런 점에 있어서 그녀의 글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좋은 쪽과 좋지 않는 쪽의 저울 에서 우리는 나쁜 쪽만을 계속해서 바라본다.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 받은 이들만 과연 정신이 안 좋은 환자에 속하는 것일까. 때로는 정신과에 가지 않아도 약을 먹지 않아도 기분이 롤러코스터 사람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색안경을 끼고, 그들이 행하는 일들을 보면서 서서히 피해가는 모습들이 오버랩 되는 가운데서도 그녀는 자신만의 생각을 강렬하게 끼워 넣는다. 자신 또한 격하게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그래서 더욱더 그녀의 롤러코스터 같은 글이 눈에 들어온다.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체념과 많은 상황을 바라만 봐야하는 상황처럼 주변의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대한다면, 칼럼리스트이자 파워블로거인 제니 로슨처럼 사회의 안전망 속에서 오롯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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