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 거짓말
필립 베송 지음, 김유빈 옮김 / 니케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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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기억과 결핍에 관한 이야기


 책장에 같은 제목의 책이 있어 꼭 그 책을 말할 때는 작가의 이름을 옆에 기입한다. 필립 베송의 <이런 사랑>(2007, 문학동네)과 이언 매큐언의 <이런 사랑>(2008,Media 2.0). 공교롭게도 책이 나온 시기도 엇비슷하게 나와서 늘, 그들의 이름을 떠 올리면 이 두 작품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작가 필립 베송의 이야기는 간결하지만 명확하다.<그만해 거짓말>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싱글 맨>(2009,그책), 안드레 애치먼의 <그해, 여름 손님>(2017, 도서출판 잔), 앨런 홀링허스트의 <아름다움의 선>(2018,창비)을 잇는 퀴어문학의 작품이자 필립 베송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읽기 전부터 책은 얇지만 왠지 이 책의 내용이 가볍지 않은 소설이라 여겼는데 역시 기대했던 만큼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2007, 민음사)처럼 소년은 소년 토마 앙드리외와 만났던 열일곱살에 만났던 시간들을 평생 잊지 못한다. 1984년 열일곱 살의 고3 학생이다. 필립은 우등생이고, 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토마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부가 되려고 한다.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이지만 이내 서로에게 빠지고, 두 사람은 짧은 시간이지만 맹목적인 사랑을 더해 나간다. 시간이 지나 필립은 예정대로 보르도로, 토마는 스페인 농장으로 가게 된다. 그렇게 아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2007년 필립에게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온다.


필립은 보는 순간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사랑의 기억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순간이지만 평생을 잊을 수 없었던 남녀의 사랑을 그린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이라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필립 베송의 <그만해 거짓말> 역시 한 순간의 사랑의 열정이 두 사람에게는 고통과 상실을 가져다 주었다. 영화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두 소설 모두 자전 소설이고, 이 소년은 그의 기억을 더해 작품을 더해 나간다.


너무 빨리 만났던 것일까, 아니면 서로 인연이 아니라서 사랑의 달콤함 보다는 쓴 맛을 더 나게 한 것인지 그들의 사랑이 너무나 가혹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서야 푸르른 날에 한없이 푸르렀던 시간들이 진자 찬란했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만다. 필립의 시선으로 그의 사랑을 읽어나갔지만 토마 역시 그의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다른 이와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갔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오직 한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연락처를 알아도 연락을 안 할 것을 둘 다 알고 있지만 가슴 속에서 만큼은 너를 놓지 않겠다는 그들의 정념이 느껴지는 책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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