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섬세한 시선의 이야기들


 어렸을 때는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대해 민감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유독 짧은 만남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짓기도 하고, 다시 만나자며 인사말을 건네던 시절.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은 그런 만남과 이별을 조금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이별이 아프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가는 바람 정도는 그저 아무일도 아니라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알아왔기 때문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로 유명한 모리 에토는 <다시, 만나다>를 통해 여섯 편의 단편집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각각의 이야기로 그려냈다.


잔잔하지만 서로의 관계들을 통해 느껴지는 일상의 뒤틀림 속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들이 밥먹는 것처럼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가 놓치는 무언가를 작가는 섬세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달이라 그런지 쓸쓸한 이야기 보다는 여운이 짙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곤 하는데 <다시, 만나다>는 각 단편이 주는 따스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각각 다른 시간의 특별함을 그리고 있고, 순간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의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있다. 같은 시간 속에서도 서로 다른 기억과 생각들이 오갔던 시절의 이야기는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단편적인가를 다시금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표제작인 '다시, 만나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마마' '매듭' '꼬리등' '파란 하늘'의 모든 이야기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들을 그려낸다. 수 많은 인연들이 끈을 자르고 붙이는 과정의 이야기를 작가는 그리움과 보고 싶은 마음을 더해 아팠던 기억, 오해의 순간들을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해 냈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야 말로 수 많은 인연들에 대한 매듭이지만 다시 거치고 거쳐도 그 순간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사랑으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세월도 있다. 사람은 산 시간만큼 과거에서 반드시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돌아갈 수 있는 장소도 있다. 맞닿은 손끝의 따스한 열기를 느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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