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 -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영화 글쓰기 특강
주성철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글을 쓰려는 이의 태도


 책을 좋아하는 지금처럼 예전에는 영화를 더 사랑했었다. 조조를 보러 가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영화관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신작영화가 올라오기 무섭게 관람을 하기도 했다. 그 무렵에 좋아하던 한 배우 때문에 그가 얼굴이 들어간 표지의 잡지를 산다고 '씨네21'을 비롯해 '스크린' '필름 2.0' '프리미어' '무비위크' 등을 열심히 샀던 기억이 난다. 지하철 가판대에 올려진 따끈따끈한 잡지를 보는 기분에 신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소소함이 사라져서 아쉽다.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없었는데 책을 좋아하고 계속 읽어나가면서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을 더 잘 하고 싶다. 언젠가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글쓰기 책을 펼쳤다가 쓰지 말아야 할 표현이나 어구에 대해 너무 신경이 쓰여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그 이후로 글쓰기 책은 보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하며 한동안 글쓰기 책은 일부러 피하기도 했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요즘 한 두 권씩 책을 읽어보고 있다.


<영화기자의 글쓰기 수업>은 오래 전 한 배우를 좋아해 열심히 사 보았던 영화잡지에 글을 쓰던 주성철 기자의 책이었다. 지금은 그 시절의 잡지가 '씨네21'을 제외하고 폐간되거나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 시절이 지나니 바뀌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랜시간 대들보같이 오랜 역사를 같이한 '씨네21'처럼 명맥을 같이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웹상에서도 기사를 볼 수 있지만 활자화되어 보는 맛은 그 어떤 것도 따라 올 수 없어 아쉬움이 더한다. 이 책은 영화기자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실제적인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책이지만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글을 쓰려는 이의 태도를 적확하게 지적하는 글이었다.


그는 스티븐 킹이나 조지 오웰의 글쓰기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어떻게 글을 쓰고,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그리는 책이다. 영화기자가 되려고 보는 책은 아니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 가짐과 어떤 밑바탕이 조성되어 하는지를 자세히 말해주고 있다. 어설프게 지어진 밥이 아니라 물이 잘 베어진 고슬고슬한 밥을 먹은 기분이 들었다.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 칼을 달리 갈아야 하지만 그는 영화기자라면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일부러 까칠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남이 보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영화기자에 대한 환상을 품고 온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그는 현직에 있는 기자로서 조언하고 있다. 평론가도 아니고 영화에 관련된 관계자도 아닌 중간의 매개자다 보니 다소 그의 직업적으로 갖는 어정쩡함이 영화기자의 직업 속에 남아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아직 보지 않는 관객에게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 속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 그가 살아왔던 시간 속의 이야기와 함께 그가 써내려왔던 수 많은 기사 속의 이야기를 더해 글쓰기에 대해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직업적 글쓰기'에 대한 태도를 중점적으로 현실적인 글쓰기에 대한 방법이 흥미로웠다. 실제적인 이야기와 그가 겪었던 많은 에피소드가 재밌게 읽혔던 책이다. 무엇보다 요즘은 많은 노하우를 제시하는 것 보다 '태도'를 중시하는 그의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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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글은 화려한 글솜씨보다 정확한 정보 전달이 우선이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이것은 영화기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누군가 영화잡지의 영화글을 읽는다고 할 때, 기본적으로는 그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읽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화려한 글솜씨나 날카로운 시각을 뽑내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전달하고 시작해야 하는 최소한의 정보가 있습니다. 글쓰기란 자신이 상상한 독자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완성하는 것입니다. 바꿔 말해, 글을 쓰기 전에 풍부한 정보를 찾아서 비축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앞서 얘기한 화려한 글솜씨나 날카로운 시각은 결국 풍부한 정보의 바탕 위에 비로소 서있을 수 있습니다. - P.19



검색하라


어떤 영화든 글을 쓰기 전에 최소한의 자료조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이 글 쓰는이에게 즐거운 과정이 되어야 한다. - p.220


글을 어떻게 시작할까


자신의 관점에 따라 전체 제목을 정하고,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고심해서 결정한 다음에 비로소 글을 쓰기 시작하라. - p.230


인터뷰는 준비한 만큼 성공한다


가장 큰 무기가 되는 것은 꼼꼼하게 준비하는 성실함이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하는 것처럼 성실한 얼굴에 불성실한 답변을 뱉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 p.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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