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자답 : 나의 일 년 - 질문에 답하며 기록하는 지난 일 년, 다가올 일 년
홍성향 지음 / 인디고(글담)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빈 공간에 나를 채워가는 책


 하나의 책 만큼이나 빈 공간에 나를 채워가는 책이 있다. 많은 활자를 담은 책도 좋지만 더 이상 넘길 페이지가 없는 달력을 보는 시간 만큼은 여백의 긴 페이지를 오롯하게 나만을 생각하며 채워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떤 예쁘고 튼튼한 다이어리 보다 일 년에 한 번, 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 대표의 가이드 대로 질문을 살펴보고 답을 채워가는 시간이었다. 무조건 한 해를 돌아보며 토닥토닥, 힘을 내요! 하는 질문들이 아니라 나의 감정, 생각, 순간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의 일 년 중에 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들인 일은 무엇인지 물어본다.


정성을 다한 일, 자주 했던 말, 부러움을 받았던 일, 어려움에 처한 일, 내가 사랑한 것, 나에게 주어진 기회, 기억에 남는 영화, 맛있었던 음식, 함께해서 좋았던 순간, 간절히 바랬던 일, 가장 신나게 놀았던 기억 등 그야말로 한해에 일어난 일을 머릿속에 스캔하며 들여다 봐야 할 소소하고 중요한 질문들이 많다. 나에게 집중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때때로 너무 바빠서 한해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하는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이따금씩 설문지로 했던 질문이지었만 어른이 되면서 이제는 더이상 누가 물어주지도 않는 질문이기도 하다.


질문에 따라 경중은 다르지만 소소해서 더 반가운 질문도 있었고, 묵직해서 대답하기 힘든 질문도 있었다. 생각하기 싫은 질문도 있고, 오잉? 하며 눈을 휘둥그레 뜬 질문도 있어 답을 하는 내내 아, 한 해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며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한다. 즐거웠던 일, 불쾌했던 일, 짜증나는 일, 황당했던 경험, 다시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들을 스치며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매년 조용한 한 해를 꿈꾸며 연말의 들뜸도, 새해의 요란함도 경계를 하는 터라 생각을 정리하고 새해의 계획을 세워보는 <자문자답_ 나의 일년>을 받아들고 채워가는 시간들이 좋았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나를 드러내는 과정이 나를 알아가는 과정 같아서 더 긴밀하게 리스트를 작성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섬세하고, 깊은 질문이었지만 책의 말미에 '질문 리스트'가 첨부된 것이 가장 흡족하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빈 공간에 글을 채워나갔지만 그럼에도 모아놓고 다시 질문들을 보고 싶었는데 저자는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체크리스트를 꼼꼼하게 챙겨 주었다. 올해와 내년이라는 경계 속에서 시간은 다르지만 매해 적어보고 싶은 기록이자 질문들이어서 꼭 연말이 아니더라도 매해, 매 순간 책을 펼쳐놓고 순간의 기록을 더 면밀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섬세해서 더 예민하게 느껴지는 부분과, 털털하게 지나가는 부분이 있는데 내년에는 예민한 부분을 좀 더 느슨하게, 털털하게 지나간 부분을 더 견고하게 채워나가야겠다.


지난 일 년과, 다가올 일 년의 시간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면서도 채우지 못한 질문에 대해서는 편하게 넘어가도 된다며 이야기하는 책이라 더 마음편히 나를 채워나가는 시간이 되었다. 나 뿐만 아니라 지인에게도 선물해주고 싶을 정도로 나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어서 그 어떤 책보다 더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 활자를, 문장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일 년에 한 번은 비워진 책을 바라보는 시간도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채워나가고 싶은 만큼 채워나가고, 다시 나를 뺄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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