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취향 -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특별한 책 읽기
고나희 지음 / 더블: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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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감성으로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한 해 한 해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독서 계획을 짰다. 이것도 읽고 싶고, 저것도 읽어야지 싶은 책들의 목록을 짜다 보니 당연히 그 계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에는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마음 내키는 대로 읽고, 눈이 가면 눈이 가는 대로, 손이 가면 손이 가는 대로 읽는 방식을 취했다. 더 이상 넘길 달력이 없는 12월의 첫날, 한 해 내가 잘 읽었나 깊이 고민하게 되지만 계획하는 것은 계획한 대로 중구난방으로 읽는 책은 읽는 책 대로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미로와 같아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도 여러번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을 좋아할까? 이 것 때문에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물음표 가득한 고민으로 여러 날을 고민하다 보면 절로 마음을 접을 때가 있다. 책이야 말로 취향이 가장 큰 물성인 동시에 누군가에 표현 못할 내밀한 것이 담겨져 있다. 


 책을 읽으면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특별함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읽는 이의 취향, 여행하는 이의 취향, 쓰는 이의 취향, 품은 이의 취향으로 나뉘어진 이야기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시작으로 프랑수아즈 사강, 제인 오스틴, 조지 오웰, 샬롯 브론테, 아멜리 노통브, 하인리히 뵐, 장 그르니에, 헤르만 헤세, 알랭 드 보통, 박태원, 알베르 카뮈, 김화영, 오르한 파묵, 아르토 파실린나, 발터 뫼르스, 보후밀 흐라발, 어니스트 헤밍웨이, 카롤린 봉그랑, 알베르 카뮈, 에단 호크, 루시 모드 몽고메리, 제레미 머서, 댄 카비키오, 오노레 드 발자크,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작가들의 작품을 이야기 하는 것 만으로도 책에 관한 책은 언제나 즐겁게 느껴진다.


책에 관한 책을 만날 때면 읽었던 책들을 만날 수 있어 확인하는 편이고, 아직 만나보지 못한 책들은 나중을 기약하며 위시 리스트를 작성한다. 만났지만 도저히 주파수가 맞지 않아 접었던 책들은 저자의 느낌과 해석을 읽으며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하지만 <독서의 취향>은 함께 책을 읽어보자며 정답게 말을 걸어주는 책은 아니었다. 눈으로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입말로 문장을 읽었지만 그려진 문장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되돌아 가곤 했다. 단문으로 쓰여진 글이 아니라 긴 문장으로 이어지다 보니 문장의 결을 따라 가는 것이 숨이 찼다. 내가 놓친 보석 같은 책이 있나, 하며 책을 읽었지만 저자의 취향과 나의 취향이 다른 음을 내는지 독서의 취향으로 말미암아 느껴지는 풍요로움과 평온함이 느껴지지 않는 책이었다. 

 

 

 

그녀가 읽은 느낌, 비평 혹은 서평이라 할 수 있는 글이 담겨져 있다보니 나에게는 책을 소개하고 느끼는 이야기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책 속에 들어있는 함의, 의미들을 느낄 수 있는 책이지만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이것을 기대하고 읽은 책은 아니었다. 모르는 책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 읽은 책을 정답게 느낄 수 있는 달큰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지만 그녀의 독서의 취향은 다른 색채를 띄고 있었다. 


축제라는 게 본래 그런 것을 함의하고 있다. 즐거움이라는 이름 아래 복합적인 문제나 풀기 어려운 덩어리들을 슬쩍 밀어 넣어 모호하고 애매하게 만들어버리고, 살육을 위시한 부정적인 행동들이 용인되어버린다. 로마 시대에도 히틀러의 독재 아래서도 축제와 같은 즐거움은 장려되지 않았나. 한바탕 놀아주며 그간의 불만과 문제를 무마시켜버리는 것.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서 축제는 또 다른 폭력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 p.64


이처럼 독서의 취향은 같으면서도 다른 색깔을 드러낸다. 어떤 것을 알고 싶고, 느끼고 싶어 하는지. 어떤 인물과 사건의 배경에 호기심을 느끼고 바라보는지 하는 것들. 세상을 만나는 또 하나의 방식이지만 그녀의 독서 에세이는 말랑말하거나 깊은 마음을 전달해 주기 보다는 개인의 느낌과 사유들이 점철된 책이다. 그래서 더 개인의 주파수가 맞아야만 더 깊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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