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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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추리소설


 책이 화수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깊은 우물의 물을 끌어다 써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책을 좀 알았다 싶으면 어김없이 이름도 듣도보도 못한 작가가 툭 하고 튀어나온다. 어? 이 책 뭐지? 하며 살펴보면 아주 오래 전에 쓴 작품이 시간을 거슬러 겨우 작품이 나왔거나, 시간이 지나 어딘가에 뭍혀 있다가 누군가의 손에 끌려 나오거나, 인용문이나 생각치 못한 곳에서 거론되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이런 보석같은 책을 왜 이제야 읽었지 할 때도 있고 그래서 사람들의 손을 덜 탔구나 느낄 때도 있다.


에드거 월리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너무도 사랑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뽑히는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사랑받은 작가다. 코난 도일의 작품인 <셜록 홈즈>는 이미 수 많은 판본과 영화, 드라마로 제작되어 사랑받은 캐릭터라 두말 할 나위 없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애거서 크리스티 역시 그의 수 많은 작품이 전집으로 나와있고 여전히 새로운 판본으로 재탄생 되어 나올 때마다 호응이 짙은 작가 중 한명이다. 그런 그의 작품이 최근에서야 번역되어 나왔다. 익숙한 이름이 아니어서 자칫 지나칠 뿐 했지만 띠지에 소개된 수식어로 겨우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그는 활동 당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킹콩'의 원작자로서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다. 영국추리작가협회 선정 '100대 추리소설'에 이름을 올린 작가라고 하니 앞으로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눈여겨 볼만하다. 무엇보다 초기 작품이라면 으레 너무 클래식한 건 아닐까 하는 우려를 앞세워 책을 펼치게 만든다. 더욱이 이번 같은 경우는 모르는 작가여서 모험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2018,황금가지)를 읽었을 때처럼 시간의 손때가 묻어있는 장면 장면이 많지만 그 마저도 재밌게 읽힌다.


마치 본인이 작품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에드거 월리스는 주인공 존 렉스맨을 자신과 같은 유명 추리소설가로 전면에 내세운다. 영국을 대표하는 추리 소설가로 이름이 높은 그는 갑작스럽게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수감자로 감옥에 가는 신세가 된다. 그의 곁에는 친한 친구인 런던 경시청 경찰국장 티엑스가 있고, 그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며 적절하게 첨언을 해주는 카라와 자신의 아내 그레이스가 있다. 사건의 시작은 언제나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을 붙이는 시발점이 있다.


 존 렉스맨은 모르지만 결혼 이전에 카라와 그레이스간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외모와 재산, 여자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카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남자였다. 그는 첫눈에 그레이스에게 반했고 여러번 그녀에게 구애했다. 처음에는 그레이스도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남자인 카라에게 호감이 갔으나 과하게 들이대는 그의 모습에 점점 그를 피하게 된다. 그는 단념하지 않았고, 납치를 해서라도 그녀의 마음을 빼았고 싶었다. 실행에 옮기던 날 다행히 그녀는 납치를 당하려는 순간에 누군가의 도움으로 그의 손에서 가까스로 빠져 나간다. 그 사건 후로 시간이 지나 그레이스는 존 렉스맨과 결혼한다.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카라는 존 렉스맨의 지인으로 다시 등장한다. 남편 곁에서 친한 척을 하며 적절한 시기에 그의 고민을 들어주며 적절하게 첨언을 보태는 남자. 그레이스는 그와의 과거를 남편에게 털어놓아야 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고민한다. 불안에 떨며 남편을 바라보지만 카라는 조금씩 존 렉스맨의 마음을 사로잡고 자신만의 계획을 세운다. 그의 마수에서 존 렉스맨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줄을 팽팽하게 끌어당기며 점점 조여온다.

존 렉스맨에 무죄를 힘쓰며 동분서주한 티엑스의 활약 속에서 겨우 탈출할까 싶었던 그의 계획은 카라에 의해 무너지고, 그의 자취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그러던 어느 날 카라 마저도 죽임을 당한다. 과연 그는 누가 죽였을까? 시공간을 떠나 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인간의 탐욕은 줄어들지 않나보다. 읽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몰랐고, 고전적이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홀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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