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2 세트 - 전2권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그들만의 세상

 ​요즘 소설을 볼 때 챙겨읽는 키워드 중 하나가 영화 원작 소설을 찾아 읽기다. 영화관에 가면 큰 스크린으로 보는 화면도 좋지만 때때로 방해받는 요소들이 많다보니 집중하기가 힘이든다.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흔들고 나면 내가 영화를 보고 온 것인지, 그저 화면이 나온 곳에 앉아 있었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영화를 보기 전 원작소설을 읽던 것이 버릇이 되어 이제는 영화보다 원작소설의 매력에 푸욱 빠져 버렸다. 원작소설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영화에 구현되지 않는 심리묘사인데 케빈 콴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깊이 캐치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시트콤을 보듯 가볍게 싱가포르게 살고 있는 상위 0.01%의 사람들의 이야기다. 모든 일상이 돈과 관련되어 있고, 마치 우리가 시장에서 물건을 사듯 호텔을 사고 팔고, 전 세계에 집들을 몇 채씩 갖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논할 수 없는 부자들의 이야기다.

예전에는 돈이 많은 이들을 부르는 칭호가 '백만장자'였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뛰어넘는 돈으로 상위 계층의 물질을 표현하고 있다. 미친 부자의 이야기라니.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우리나라에 10월 25일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이미 할리우드에서 많은 이들의 입소문이 탄 영화다. 케빈 콴이 그려낸 이 데뷔 소설은 이미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부유하다는 것 빼고는 이야기가 신선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뉴욕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부교수로 일하고 있는 레이철 추가 남자친구인 닉과 함께 친구의 결혼식에 가기로 한다. 마침 결혼식을 참석하는 김에 그의 부모님을 만나보기로 했지만, 그는 한 번도 그녀에게 자신의 환경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자신의 부모에게도 레이철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오랜시간을 보냈지만 알 수 없었던 레이철은 여행을 가기 위해 발길을 돌리는 순간 딴세상의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다. 비행기 안이 마치 자신의 침실처럼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하는 것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오롯하게 자신에게 쏟아진다. 닉의 어머니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가 보기 보다는 어떤 출신의 사람이며, 부모는 무엇을 하고, 재산을 얼마나 있는지에 관심이 컸기에 닉이 데려온 레이철을 못마땅해 한다. 더욱이 그가 살고 있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레이철은 도무지 적응 할 수 없을 정도로 싱가포르의 최고급인 음식과 그들이 걸친 옷이며 궁전처럼 커다란 집은 그야말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것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레이철과 닉의 이야기가 한 축이라면 닉의 사촌인 아스트리드 렁과 그녀의 남편 마이클 테오의 이야기가 또다른 이야기의 축이다. 개인적으로 주인공들의 이야기 보다는 아스트리드의 이야기가 더 공감된다. 미모와 각 나라에 부동산을 두 손 넘치도록 갖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눈에 들어온 마이클과 결혼해 아들 캐시언과 함게 살고 있다. 마이클은 평범한 사람이기에 집을 구할 때도 자신의 능력에 한해서 집을 구하고 싶다고 말해 집을 구했고, 생활비도 일체 그녀의 돈을 쓰지 않았다. 사랑해서 한 결혼이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그들의 이야기는 마이클의 핸드폰에 날아든 문자 하나로 인해 균열의 조짐이 엿보인다.

그들이 사랑하고, 시기하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이야기는 화려한 성찬을 맞이하듯 휘황찬란하게 반짝인다. 레이철이 열심히 노력해 쌓아온 커리어임에도 닉의 엄마는 못마땅하고, 그녀를 떼놓으려 하는 가운데 닉과 예전에 만났던 전 여자친구까지 등장하니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지지고 볶고 시기하는 것은 돈이 많든, 적든 인간의 공통의 일과인 것인지 그들의 리그와 맞물려 일상의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영화로 보면 더 색다르게 다가올까? 8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두께를 넘기를 속도는 빨랐지만 케빈 콴이 그려낸 이야기가 그리 와닿지는 않았다. 그저 그들이 사는 세상을 조금 맛 보았을 뿐이다. 이 시리즈가 이야기 끝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3부작의 이야기라고 한다. 진부하지만 싱가포르 상류층의 사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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