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의 문학 강의
엔도 슈사쿠 지음, 송태욱 옮김 / 포이에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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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문호가 들려주는 문학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

 엔도 슈사쿠의 대표적인 작품 <침묵>(2003,홍성사), <깊은 >(2007,민음사),<바다와 독약>(2014,창비)을 읽어 본 적이 없음에도 일본의 대문호인 엔도 슈사쿠의 강의를 들어보고 싶었다. 일면식이 없는 작가인 동시에 그가 천착하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문학은 그야말로 내가 문학을 읽는 데 있어 가장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정 종교를 믿지 않을 뿐더러 종교와 관련된 책이라면 질색을 하는터라 책을 읽지 않는데 그의 문학 강의는 종교는 있지만 웃음과 해학이 있어 그가 들려주는 문학강의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에도시대 기리시칸의 후미에와 마찬가지로 전쟁 중 우리 역시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여기는 신조, 동경하는 삶, 그런 것을 흙 묻은 신발로 짓밟듯이 살아야만 했습니다. 전후前後 사람들이나 요즘 사람들 역시 많든 적든 간에 자신의 '후미에'를 갖고 살아왔을 겁니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후미에를 밟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 p.17


그는 에도 시대 기리시칸의 후미에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동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것이 밟느냐, 밟지 않느냐를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으로 밟고 살아 갈 수 없는 시간들을 이야기 한다. 그가 말하는 그리스도교에 관한 구원에 대한 목소리는 깊이 전달하지도, 전달받지 않았으나 그가 읽고 들려주는 문학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간다. 그의 작품들과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스케루>, 그레이엄 그린의 <사건의 핵심>, 쥘리앵 그린의 <모이라>,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각기 다른 작가의 문체이지만 서로 닮아있다. 남녀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신이라는 존재가 그들에게는 벽이 되고, 그들이 벌인 행동의 심판이 되어 그들의 죄를 더 깊이 논하기도 한다.


강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 그의 글은 작품을 읽지 않는 이들 또한 공감할 수 있도록 작품을 짤막하게 소개했으나 아쉽게도 프랑수아 모리아크와 그레이엄 그린의 작품은 번역되지 않았거나 번역되어 있어도 선택의 폭이 작다. 키스를 할 때 눈을 감는 이들과 달리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스케루>의 주인공 테레즈는 눈을 뜨고 키스를 하는 상대방의 얼굴을 지켜보는 여인이다. 그의 눈동자에 깃든 감정을 느끼는 여자인 동시에 그의 남편인 베르나르를 심중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 몸이 상한 그가 극약 처방을 받아 비소를 약하게 한 두방울 넣어 먹던 그에게 알면서도 그가 약을 먹었던가 하는 물음에는 침묵하여 그가 다시 약을 먹게 만든다. 다시 약을 먹은 그는 고통스러워하며 구토를 하게 되고, 쓰러지지만 테레즈는 약제사를 속여 약을 구입해 다시 남편에게 극약을 먹인다.


남편을 죽일 마음은 없었으나 일상이 나른하고, 한번만 더, 한번만 더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는 그녀의 마음은 자신 조차도 왜 남편을 죽일 생각까지 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다행히 베르나르는 목숨을 건졌고, 후에 그는 테레즈에게 왜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물어본다. 그녀의 대답은 그의 예상과 달리 "아마 당신 눈에서 불안과 호기심의 빛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그녀를 보고 그녀의 남편은 분노하며 테레즈 곁은 떠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리아크는 과연 테레즈의 행동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걸까.


엔도 슈사쿠는 테레즈의 행동에서 그녀를 구원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해석과 모리아크의 작품 이야기가 너무 재밌게 읽혀 그가 말하고 있는 신과 구원의 문제는 그의 작품을 비롯해 그가 소개하고 있는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관통한다. 선과 악, 신과 구원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그는 청중들과 독자들에게 잘 버무려내는 동시에 우리가 갖고 있는 꿈과 사랑, 동경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어 빚어 놓는다. 처음 접하는 소설들이지만 그의 글을 통해 전해듣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종교적인 작품인 동시에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이고, 두 사람의 관계의 간극을 때로는 신과 구원의 문제로 풀어가는 작가들의 동성애와 관련이 있는 것도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접하지 않았던 작품 속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말하고 있는 주제와 끝내 구원할 수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가 재밌게 읽혔다. 아직도 종교에 관해서라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나 그 부분을 관통하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갈 수 없음에도 문학적인 해석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좋아 제법 얇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공들여 읽었던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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