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제인 오스틴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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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어도 좋은 남과 여의 사랑이야기.

 ​세계문학전집을 접할 무렵 어려울 거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접하게 된 책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순정만화를 읽듯, 로맨스 소설을 접하는 것처럼 책이 너무 재밌어서 그때부터 세계문학전집을 계속 읽고 있다. 진작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정도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제목 그대로 편견을 날려준 책이다. <오만과 편견>을 좋아하는 만큼 그녀의 생애를 다룬 영화 '비커밍 제인'도 좋다. 특히 다아시와 같은 느낌의 톰 리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가 인상적이어서 몇 번을 보고 또 보아도 그녀가 쓴 많은 연애소설과 닮아있다.

민음사 판본을 시작으로 많은 판본을 읽었는데 이번에 출간된 위즈덤하우스의 '비주얼 클래식'은 기존의 문학전집과 달리 만화가 박희정의 그림이 곳곳에 수록되어 있어 또다른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를 만나게 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만찢남'이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를 말한다고 하는데 그와 반대로 비주얼 클래식은 기존의 이야기를 만화의 비주얼로 재탄생한 책이다. 제인 오스틴의 글 속에서 만나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느낌의 남녀를 그렸고, 때로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우의 얼굴을 떠올렸다. 만화가 박희정 특유의 그림들이 제인 오스틴의 글과 맞물려 현대적인 두 남녀의 느낌을 새롭게 만드는데 독특하게도 그 느낌이 싫지 않다. 다만, 박희정 만화가의 그림이 여덟 컷 정도 그려져 있는데 그림이 더 많이 장면 곳곳마다 실려 있었으면 좋겠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결혼 적령기에 든 베넷가의 딸들과 명망높고 재산이 많은 미혼의 남자 다아시와 빙리가 네더필드 파크에 머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베넷가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제인과 빙리등 베넷 가의 다섯 딸들의 다층적인 사랑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아들이 없어 재산 상속을 받지 못하는 베넷 부인은 딸들이 부유하고 신분적인 지위가 높은 남자들과 결혼을 하기를 염원하며 끝없이 남편을 닦달한다. 조용하면서도 지적인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엄마가 꿈꾸는 현실적이면서도 다소 허위적인 결혼과는 달리 다른 사랑을 꿈꾼다.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다아시의 만남으로 인해 그는 그녀에게 '오만'한 남자로 찍혔고, 오해로 인해 그녀는 편견 가득한 여자의 시선에 그가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실타래가 제대로 얽혀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향했으나 오해가 풀리면서 서로 마주 보게 된다. 

초반에 잔소리 같은 베넷부인의 다다다하는 이야기와 배경설명만 넘긴다면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당시 19세기 영국의 사회적인 배경과 상속에 관한 이야기, 결혼에 대한 여자들의 욕망과 압박들이 지금과 같으면서도 다르게 느껴졌다. 결혼 적령기에는 시공간을 떠나 누구나 압박을 느끼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듯 싶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유리한 조건에 맞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추진하려는 베넷부인의 보습은 물질주의와 더불어 당시 영국의 상속제도의 비판으로도 느껴진다. 아들이 없는 베넷 가는 당장 베넷씨가 죽으면 딸들에게는 돈이 쥐어지지 않는 상태이고, 그렇게 자신의 재산이 친척에게 넘어가니 그들에게는 '결혼'이 이상적이기 보다는 본능적으로 '생존보존'을 하기 위한 제도인지도 모르겠다.읽을 때마다 재미있고,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결혼에 관한 이야기들이 다시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각기 다른 번역본을 보는 재미가 있어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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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첫문장들.


재산이 많은 남자가 미혼일 경우 사람들은 누구나 마치 당연한 진리처럼 그에게 아내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런 남자가 어떤 마을이든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면, 그 남자의 감정이나 생각이 어떤지 알지도 못하면서, 마을 사람들은 이 당연한 진리가 마음에 확고하게 박힌 나머지 마땅히 자기 딸이 이 남자를 차지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_위즈덤하우스 비주얼 클래식 / 서민아 역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이 진리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나 확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_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윤지관, 전승희 역

재산이 많은 미혼 남성이라면 반드시 아내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널리 인정되는 진리이다. 그런 남성이 동네에 처음 들어서면, 그 사람이 어떤 기분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는 상관 없이, 동네 사람들 마음속에 너무 깊이 박혀 있는 이 진리 때문에 그는 당연히 여러 집안의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간주된다. _열린책들 세계문학 / 원유경 역

부유한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나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이다. 그런 남자가 새로 이사를 오게 되면, 그 주위의 집안들은 이런 진리를 너무나도 확고하게 믿는 나머지 그가 어떤 심정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오는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그를 자기 집안 딸들 중 누군가가 차지하게 될 재산으로 여기곤 한다. _시공사 세계문학의숲 / 고정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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