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팬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6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정지현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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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늙지 않는 아이의 이야기.


​ 유년시절 큼지막한 동화책으로 피터 팬을 만나본 것 같은데 머릿속에 지우개라도 달린 듯 그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어린시절 작은 꼬마 아이의 당돌함과 순수함에 빠져 그가 손을 내밀면 내미는 대로 따라 웬디처럼 그의 손을 잡고 그가 살고 있는 세계 속으로 빠져 들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피터 팬의 손을 내려 놓고, 항상 피터 팬의 주위를 맴돌던 앙증맞은 요정 팅커 벨도 잊어버린채 시간은 아이의 시선이 아닌 어른의 눈으로 바뀌어 버렸고, 그렇게 그를 잊어 버렸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라고 생각될 정도로 나는 웬디와 같은 길을 걸었고, <피터 팬>의 첫 페이지, 첫 문장 속에 그려진 문장이야 말로 그를 압축해 말하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자라 어른이 된다. 딱 한 명만 빼고 말이다.(p.12)



"팬, 넌 누구이고 무엇이냐?"

후크가 쉰 목소리로 외쳤다.

"난 젊음이고 기쁨이다. 난 알에서 깨어난 작은 새지." - p.285


인디고에서 나온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를 다시 접할 수 있는 동시에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통해 다시 동심의 세계로 물들인다. 김지혁 작가의 일러스트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피터 팬>을 읽으면서 김민지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에 푹 빠져 버렸다. 피터 팬과 팅커 벨, 후크 선장, 인디언등 그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의 인물들이 책 속에 등장한다. 맞아, 맞아. '피터 팬'이 이런 이야기였지, 하면서 책을 읽었다. 마치 감쪽같이 잊어버렸던 네버랜드 세계의 이야기들이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모든 기억들이 소환되고,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후크 선장을 들입다 만났을 때에는 기억과 달리 멋져 보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피터 팬이 굉장히 멋진 주인공의 모습으로 그의 주위를 맴도는 팅커 벨과 함께 멋있게만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다시 만난 두 아이는 순수하지만 변덕스럽고, 귀엽고 앙증맞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안심이 안되는 아이의 모습들이 숨어있다. 반면, 어른인 후크 선장은 변함없이 한결같다. 피터 팬으로 하여금 자신의 손이 갈고리로 대신 할 수 밖에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분노하고, 자신와 팔과 시계를 꿀꺽한 악어에 대한 두려움이 늘, 존재한다. 다시 만난다면 혼꾸녕을 내주겠다 단단히 벼르고 있는 후크 선장을 김민지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를 악인의 모습으로 무섭게 그리기 보다는 중후한 멋이 나도록 그려놓았다.


웬디와 피터가 다시 만났을 때, 웬디는 이미 결혼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이제 웬디에게 피터는 어린 시절의 장난감을 넣어 두는 상자 속의 작은 먼지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웬디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웬디를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웬디는 원래 어른이 되고 싶어했고, 자신의 의지로 다른 소녀들보다 한 발 앞서 어른이 되었다.


이제 소년들도 모두 자라서 어른이 되어 있었다. 소년들의 이야기는 더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쌍둥이와 닙스와 컬리는 매일 작은 가방과 우산을 들고 회사에 출근했고, 마이클은 기관사가 되었다. 슬라이틀리는 높은 가문의 여자와 결혼해서 귀족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 하나 알지 못하는, 저 수염 난 남자가 존이다. - p.318~319


그래서 그런지 아이였였을 때와 달리 피터 팬 보다는 후크 선장에 마음이 가고 웬디와 마이클의 환상과 호기심 보다는 달링씨와 달링부인의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어린 시절 웬디 보다는 피터 팬과 함께 한 후 소녀가 아닌 한 남편의 부인으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성장한 웬디의 이야기의 공감하게 된다. 이미 피터 팬과 함께 하늘을 날아 그의 세계속으로 가기에는 수 많은 시간이 지났고, 나 또한 그들과 같이 어른이 되었기에 더이상은 그의 세계 속으로 진입이 되지 않나보다. 어쩌면 이제는 갈 수 없는 조건들로 하여금 더 이상 피터 팬의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 순수한 호기심과 천연덕한 마음만이 움직일 수 있는 시간 속에서만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했고, 그를 상자의 먼지만큼이나 작게 느끼기도 했지만 여전히 피터 팬을 만나면 즐겁고 행복하다. 마치 유년시절의 앨범을 보는 것 같은 추억의 친구가 다가오는 것처럼. 나에게는 반짝거리는 너와의 만남이 기대되는 마음이 사그러졌지만, 아직도 많은 아이들은 너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어, 피터.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너의 모습이 너무나 반가웠고, 앞으로도 영원히 아이들의 친구가 되길 바래.


<피터 팬>을 읽다보면 그의 이야기 속에서 아이와 어른의 모습이 선명하게 갈리지면서도 동시에 인형극을 바라보듯 이 작품을 쓰는 저자의 목소리가 전해기도 한다.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어! 하고 말하듯 그의 목소리를 책 중간중간 들을 때마다 누군가 옆에서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1막 1장이 휘리릭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느낌을 시간이 지나 아름다운 고전시리즈로, 리커버북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왜 어린이 되면 나는 법을 잊어버려요?"

"어른들은 더는 명랑하고 순수하고 제멋대로이지도 않기 때문이야. 명랑하고 제멋대로인 사람만 날 수 있단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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