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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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보편 법칙


 연일 폭염이다보니 선풍기와 한몸같이 살고 있다. 거리를 걷다보면,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양산을 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손선풍기를 드는 이가 있다. 핸드폰도 들어야 하고, 손이 모자랄 정도다. 더불어 별다방에서 막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그야말로 손이 몇개가 필요하다. 불에 타는 듯한 더위 때문인지 요즘은 무엇을 해도 흥이 나지 않는다. 그저 더위만 가시면 좋으련만, 집이고, 회사고, 모든 건물에서 연신 찬바람을 내뿜고 있고, 도로에는 지글지글 끊는 아스팔트와 차가 연신 지나간다. 사람과 도로, 차는 있는데 열이 발산하며 식혀줄 공간이 없다보니 도심의 더위는 더 지글지글 타오른다.


휴가 때 버스를 타고 시골에 다녀왔다. 도시와 다른 풍요로움이 있고, 분명 도시와 같은 온도임에도 주변에 나무가 많아서 그런지 밤에는 선선했다. 날씨가 살짝 흐렸지만 멀리 별도 많이 떠 있었다. 예전에는 도시가 주는 편리함이 좋았다면, 요즘에는 사람들의 익명성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일률적으로 붙어있고,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더위에 시달리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탁한 공기 때문에 더워도 마스크를 끼고 다녀야 할 정도로 미세먼지 걱정을 모두가 할 정도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물질적인 풍요로워지지만 예전과 비교해 요즘이 더 나은 세상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성장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고, 더딘 성장과 인구 팽창, 에너지와 환경문제, 출산 저하와 노령인구의 증가, 인간 수명, 삶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그에 따른 지구환경은 점점 최저치를 찍고 있다.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은 제목 그대로 엄청난 범위의 주제의 이야기를 담아 그에 다른 전망을 다룬 책이다. 과학에 관한 거시적인 관점을 다룬 책을 읽을 깜냥이 되지 않지만 이론물리학자인 제프리 웨스트의 새로운 개념과 평소 느꼈던 생각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그의 책을 읽게 되었다.


죽음, 세금,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열역학, 제2법칙은 우리 모두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 적용된다. 마찰로 무질서한 열이 생성되는 것과 비슷하게, 흩어놓는 힘들은 끊임없이, 가차 없이 작용하면서 모든 계를 붕괴시킨다. - p.29


그의 책은 모토카와 타츠오의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2018, 김영사)를 떠올리게 한다. <스케일>은 생물, 도시, 기억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이라고 쓰여진 부제처럼 하나의 상황이 그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한 줄기로 엮이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저 하나의 분야만이 오롯하게 발달되고, 허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과학, 도시와 성장, 죽음이 하나로 묶여져 있다는 말이다. 그는 그것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왜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는지를 대담하게 설명한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스케일링은 단순히 말해서, 크기가 변할 때 계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가리킨다. 도시나 기업의 크기가 2배로 커지면 어떻게 될까? 건물, 항공기, 경제, 동물의 크기가 반으로 줄어든다면? 도시의 인구가 2배로 는다면, 그에 따라 도시의 도로, 범죄 건수, 특허 건수도 약 2배 늘어날까? 매출이 2배로 늘면 기업의 이익도 2배로 늘까? 동물의 몸무게가 반으로 줄면, 먹이를 먹는 양도 줄어들까? - p.31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과학에 대해 관심이 없는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쉬이 쓰여져 있다. 물론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 있는 깜냥을 아니지만 유기적으로 그가 만들어낸 거시적인 주제와 관념들이 어떻게 이어져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관계를 갖고 있는지 조곤조곤 설명해주고 있어 하나의 주제가 아닌 보편 법칙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인간을 가지고 실험을 할 수 없음으로 스케일링 법칙은 동물의 크기를 통해 그들이 먹는 먹이, 심장 박동의 수, 수명등을 계산 할 수 있다. 종종 우리는 신약을 계발하기 위해 쥐를 이용하는데 쥐를 대입할 것이 아니라 몸집이 작는 동물과 큰 동물의 차이를 계산하고, 그들이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를 관찰한다. 그것으로 도출된 결론에 따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규모에도 적용이 된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다 보니 동물의 크기 추적은 인간과 몸피와 비교하여 대사율과 체중에 따라 수명을 알 아낼 수 있다니 그에 따른 인구 증가와 도시의 성장과도 연관이 깊다. 유기적인 접근인 동시에 원리와 패턴이 있는 그의 이야기가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는 느낌이라 읽는 내내 현미경을 바라보듯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온 책이다. 새롭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의 힘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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