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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인생은 여행이다!
인생은 여행이다, 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 밥벌이에 매여 오도가지도 못 할 때가 많다. 시간이 있을 때는 돈이 없고, 돈이 있을 때는 시간이 없다. 시간과 돈이 있을 때는 정작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가지를 못한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더니 이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팀과 라미가 쓴 <드라이빙 미스 노마>는 아들 팀과 며느리 라미가 팀의 엄마인 아흔 살 할머니 노마와 함께 2015년 8월부터 캠핑카를 타고 1년간 32개 주 75개 도시를 돌아 다녔다. 그 후 노마 할머니는 2016년 9월에 91새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암진단을 받은 후 그녀는 병원에 있는 대신 아들 내외와 여행을 선택했고, 죽음이 문턱까지 왔음에도 서스럼없이 주어진대로 삶을 살았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지난 20년 동안 지켜봤던 어머니는 이제 그냥 '노마' 또는 '엄마'가 아니라 '미스 노마 할머니'가 되었다. 나는 "아흔 살이라고 인생이 끝난 게 아니야."라고 혼잣말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72
그녀가 병을 치유하는 대신 캠핑카를 타고 아들 내외와 33킬로의 덩치를 가지고 있는 대형견 링고와 함께 떠난 여정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그녀는 한 번도 병에 대해, 유명세에 대해 말하지 않고 오롯하게 자신이 주어진 것들을 사랑하고, 세상에 즐거움이 있는 곳에 즐거움이 있다고 노마는 항상 아들인 팀에게 가르쳐 주었다. 젊은 시절 오빠와 친했던 레오를 만나 결혼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자 부부는 팀과 스테이시를 입양해 키우게 된다. 그녀의 삶에 있어서 나락으로 떨어질 순간에 그녀는 그것을 이겨내고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혈연을 고집했다면 노마는 안되는 것들은 빨리 포기하고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우리는 지금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이 순간을 살 뿐이다. 이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 순간 내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아름다음과 즐거움, 사랑 그리고 가능성으로 인생을 충만하게 만들어나가야 한다. 엄마는 바로 그렇게 살다 떠났다. - p.339
팀과 스테이시의 입양은 그녀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었고, 두 아이에게 엄마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절망이 아닌 삶의 희망을, 두려움 대신 행복과 즐거움을 건네는 노마의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노년의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노년의 삶은 아직도 먼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 때문인지 아흔 살 노마와 그 가족이 떠난 여행기는 가볍게 읽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지를 노마의 이야기를 통해 느끼게 되었다. 나라면 과연 노마와 같이 선택 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 병으로 인한 고통이 느껴지면서도 그것을 뿌리치고 가족과 함께 멋진 여행을 떠나는 할머니의 이야기라니. 그녀가 살아왔던 순간들과 마지막을 다해 즐거운 여정을 함께 했던 순간들의 이야기는 선물처럼 아름다웠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주어진 것들을 불평하지 않으며 선한 얼굴로 즐겁게 살아가는 노마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지금도 팀과 라미는 캠핑카를 타고 여행한다고 한다. 노마와 함께 했던 여정 속에서 그녀가 남겼던 일기를 통해 함께 느끼고 생활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마지막까지 노마다운 여정의 끝을 마쳤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