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시차
룬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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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시간의 찰나에 대하여


 <사적인 시차>는 인터뷰 웹진 '더콤마에이' 웹진인 작가인 룬아가 쓴 글과 사진을 담았다. 제목 그대로 개인적인 시간의 찰나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으며, 무엇보다 일상의 순간에 느꼈던 많은 물음표들을 담고, 담아 사진에 덫대어진다. 기록을 하지 않아 길에 흘려버렸던 생각의 편린들을 룬아 작가는 하나도 흘려버리지 않고, 글로 표현해 냈다. 소설만큼이나 에세이를 좋아하지만 때론 느낌표 많은 글에 피로감을 느끼곤 한다. 그럼에도 에세이를 소설만큼이나 꾸준히 읽는 이유는 누군가의 내밀한 생각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그의 생각들이 오롯하게 드러나는 글은 내밀하고, 묘하게 은밀한 느낌을 던져주기도 한다. 때때로 소설을 읽다가 이 작가의 글을 작품 속 주인공들의 투영된 내면이 아닌 맨 얼굴의 작가모습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마주한 글은 기묘하게도 가면을 쓰지 않는 민얼굴의 모습이 포근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혹은 작품이 너무 어려울 때는 반대로 에세이를 먼저 읽고 작품을 시작하면 이전보다 더 친근하게 작품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정


결정이란,

어떤 방향으로 가기 위한 화살표에 불과하니까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건

자신이 세운 기준 같은 게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해도 스스로를 믿어주는 마음이다. - p.40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패턴에 대해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SNS를 통해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요즘처럼 네트워크가 발달된 시대에는 카톡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프사조차도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저마다 자신의 삶의 길을 걷고 있지만 때때로 보여지는 SNS사진들이 마음을 어지럽힐 때가 있다. 시점적으로 마음이 약할 때랄까. 크게 흔들리지 않지만 뭐랄까 마음에 미세한 구멍이 생겨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린시절의 이야기에서 부터 남편이야기, 결혼, 타투, 학업, 아버지, 결핍, 관계, 결정등 사적인 시간들 속에서 흐르는 생각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저마다의 그릇으로, 다른 속도를 향해 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어떻게 흘러 가는지, 나와 당신, 우리, 너와 나의 이야기였다. 다르면서도 같은.


사진은 찰나를 잡는 행위다. 같은 장소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사진은 찍을 수 없다. 놓친 순간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스쳐가는 모든 장면에 마음을 던져본다. - p.123


운동을 하고 천천히 길을 걸어오다가 마주친 꽃과 나무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들고 찰나의 순간을 담는다. 시간이 지나 이맘 때면 다시 필 꽃과 나무지만 어쩐지 이 순간이 아니면 똑같은 풍경들을 마주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버튼을 누르게 된다.


자기 확신


남이 주는 확신은 유효기간이 짧다.

불꽃처럼 잠깐 터졌다가 우수수 바스러지는 빛과 같다.

기어코 내가 나를 믿어야 한다.


누군가는 한 우물만 깊이 파고

누군가는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고,

누군가는 오아시스만 나타나기를 바라며 한없이 걷는다.

무엇이 더 나은지 뭐가 더 맞는지 따질 필요가 있을까,

그저 각자의 우물이,

바다와 오아시스가 있는 게 아닐까. - p.131


각자의 우물 속에서 이상이 아닌 실제의 삶을 살고 있는 룬아 작가의 글은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아련한 느낌도 느낌도 대체적으로 자존감이 높은 여자사람이 아닌가 싶다. 글 속에 룬아 작가의 자아가 담겨져 있고, 느낌표 가득한 문장과 사진이 그 속에 베어있다. 길에 버려둔 편린들의 문장은 과잉된 느낌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시간 속에 스치는 것이 아닌 감정에 묻혀 과잉된 느낌으로 표현으로 문장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쓴 글을 바라보면 어딘가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볼 때면 힘이 들어간 문장을 고치고, 또 고쳐나간다. 느낌표 많은 글을 읽을 때면 좋기도 하지만 그 시간에 묻히지 않으면 어색하고 어딘가 모르게 이질적인 느낌이 나기도 한다. 에세이를 읽는 순간 조차도 미묘한 시차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두 사람 사이의 시차란

불편하고도 묘하게 사적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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