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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 With Frida Kahlo ㅣ 활자에 잠긴 시
박연준 지음 / 알마 / 2018년 5월
평점 :
시인 박연준이 써내려간 프리다 칼로와 그녀의 이야기들.
예전에는 누우면 수를 몇 번 세지도 못하고 잠이 일찍 들었고, 꿈도 꾸지 않고 길게 숙면을 했다면, 요즘은 어떤 베개를 비어도 뒷목의 뻐근함 때문인지 어깨와 등의 통증으로 몇 번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든다. 그러다보니 자면서도 몇 번이나 깨기를 반복하고 깊이 자는 시간이 2~3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늘 잠이 부족하다. 잠이 부족하니 컨디션이 좋지 않고, 주말이면 피곤에 골아 떨어지기도 한다. 몸이 아플수록 밤은 길고, 괴롭다.
박연준 시인의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는 프리다 칼로의 삶과 그녀의 작품을 매개로 시인이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시로 썼고, 그와 연관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담은 책이다.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는 그녀가 그린 작품으로, 책으로, 영화로 많이 접했기에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박연준 시인의 글은 처음이어서 그녀의 시와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고 기울였다. 모든 인간의 삶이 그렇지만 여자의 일생은 시공간을 떠나 맞닿는 지점이 많이 있다. 특히나 프리다 칼로는 유년시절 버스사고로 인해 몸을 많이 다쳤고, 그녀가 죽을 때까지도 건강하지 못한 육체를 갖지 못해 늘, 그림 속에서 그녀는 피눈물을 흘려야했다. 그 긴시간 동안 그녀는 작품활동을 했고, 그녀보다 스무살이나 많은 디에고 리베라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했다. 선배 화가였던 디에고는 프리다 칼로와 결혼했지만 그의 바람기 때문에 프리다 칼로의 마음이 많이 베어졌다.
희망 →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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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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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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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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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 →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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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 p.177
자신의 살갗만큼이나 사랑한다던 그 남자는 골목을 귀퉁이를 지날 때마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었고, 못내 프리다 칼로의 여동생인 크리스티나와의 외도를 목격하기도 한다. 건강한 육체를 갖고, 온전하게 디에고와의 사랑스런 아기를 갖기를 원했던 프리다 칼로는 여러번 임신을 했지만 세번의 유산으로 결국 염원하던 소원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프리다 칼로의 고통과 괴로움, 고독, 사랑을 매개로 박연준 시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인 언어로 그들의 무례한 발언들에 대한 답을 내 놓는다.

시인은 무례한 말에 대해서는 과감한 언어로 말을 풀어 내는가 하면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줄 때는 따스한 언어로 보듬으며 마음을 어루만진다. 비록 국적은 달라도 그녀들이 갖고 있는 상념, 사랑,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해석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온기있게 품었다. 프리다 칼로의 모습과 시인의 모습이 덫대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녀의 시 만큼이나 그녀가 선택한 사랑에 대해 무례하게 말을 건네는 이들을 위한 날카롭고 정확한 언어로 구사한 글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가 걸어놓은 편견이라는 테두리 안에 우리를 가두고, 혹여나 그 테두리를 넘어가면 색안경을 끼고 그들의 선택에 대해 무자비하게 말로서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획일적으로 같은 것을 싫어하면서도 나와 다르면 경계를 하거나 질투를 하는 모습들이 모습들이 사납게 느껴진다. 프리다 칼로에 대한 해석도 좋지만 시인 박연준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알고 싶은 마음을 채우지 못한 점에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 아무도 우리를 돌봐주지 않으니까. 힘을 내야 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믿으면서, 고쳐 생각하면서 계속, 나아가야 한다. 화날 땐 화를 내면서! - p.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