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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양장) ㅣ 헤르만 헤세 컬렉션 (그책)
헤르만 헤세 지음, 배수아 옮김 / 그책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헤세의 세계.
성장문학을 꼽으라 하면 손에 꼽히는 작품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워낙 여기저기서 많이 듣다 보니 읽은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작품이었고, 정작 어렸을 때는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 그러다 세계문학을 한 작품씩 접하면서 헤세의 대표작인 <데미안>을 접했지만, 생각만큼 재밌지도 소름이 돋을만큼 강렬하지도 않았다. 혹, 내가 이해를 잘 못해서 그런걸까 싶어 이번에는 다른 출판사의 책을 펼쳤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무덤덤하게 읽혔다. 어쩌면 지금 내 마음이 헤세의 책과 맞지 않나 싶어 몇 년간 헤세의 책을 접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그의 책이 읽고 싶어 선택한 책이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였다. 사실, 독일문학은 어딘가 모르게 차가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섬세한 문장 보다는 원석 하나 하나를 문장에 넣다보니 무거운 관념을 미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도 했다. 그런 특징 때문인지 유독 독일문학의 문턱을 잘 넘지 못했다.
다행히 이번 작품은 헤세의 대표적인 작품인 동시에 배수아 작가님의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더 잘 읽혔다. 헤세가 직접 영혼의 자서전이라 일컫는 이 작품은 매력적인 젊은 수사이자 지성으로 빛나는 나르치스와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알기 위해 직접 영험하고 느끼며 사랑하는 감각의 주인공인 골드문트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 상반되는 가치와 대립이 되지만 때론 융합이 되는 그들의 이야기는 기묘하다. 처음 그들은 마리아 브론 수도원에서 보조교사와 학생으로 만나지만 다른 이들에게 곁을 잘 주지 않는 서로를 알아보게 된다. 금욕적인 수도자의 길로 들어서지만 나르치스는 이내 골드문트의 성향을 알고 그가 마리아 브론 수도원에서 살 수 없음을 예견하게 된다.
그의 예상대로 그는 본성을 누르지 못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다. 누구보다 매력을 아름다운 소년은 그의 호기심과 나타내는 것에 선천적인 감각을 지닌 골드문트는 세상을 항해하고 서로 다른 성향을 갖고 있지만 서로의 끌림이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가 갖고 있는 다른 면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금욕을 하는 수사와 사랑의 본질을 이어나가는 소년의 이야기. 정신과 감각 모두 평행선을 달리며 양쪽 모두 이어갔으면 좋겠지만 누구에게는 언어와 문자, 정신만이 그를 메우고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감각을 중요시 하는 예술을 손에 쥐고 있다. 아마도 헤세는 이 두가지의 면을 생각하고, 어떤 것을 우위에 두기 보다는 고르게 조화를 이룰 때 삶을 아름답게 해 줄 것임을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이 잘 읽혔지만 한 번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지성과 사랑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생각해봐야겠다. 그럼에도 그들이 나눈 정신적인 몰두와 융합, 결국 방랑을 넘어선 골드문트가 종착지에 가서는 다시 나르치스의 품으로 오는 여정이 다채롭게 느껴진다. 무엇을 우위에 두든지 그들에게 있어 삶은 아름답고, 아름답기 때문에 그들이 지녀야 할 정념, 신념, 마음에 담아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