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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어디엔가 분명히 있을 그 마음.
나만 잘 하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며 홀로 고군분투를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파편이 날라오곤 한다. 자연의 섭리처럼 스스로 자생하는 식물과 같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몸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 수 있지만 때론 그 파편이 너무 강력하고 날카로워서 피를 흘리곤 한다. 그때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치유해주는가. 뉴스를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헤드라인 뉴스가 바뀐다.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당시에 급박했던 상황을 실시간에 가깝게 보고한다. 그러나 그 이후의 그들의 삶을 어떠한가.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은 지구상에 어디엔가 분명히 있을 그 마음을 장편소설로 써 놓았다.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 적 없지만 익히 들어본 적은 많아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의 첫 장편소설은 생각과 달리 쉬이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아 읽는 내내 몇 번을 고전한 끝에 페이지를 마쳤을 정도로 느릿한 걸음으로 책을 읽었다. 고등학교 시절 호프집에 화제사고가 일어나 친한 친구를 잃은 경애와 상수. 호프집 사장이 고등학생에게 돈을 받지 못 할 것 같아 문을 잠금으로서 사건이 더 커졌던 사건이었다. 다행히 두 사람은 운좋게 목숨을 건졌지만 그날의 사건이 생채기가 되어 마음 속 깊이 앙금으로 남아있다.
당시에는 크나큰 생채기를 입고 아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 속에 그날의 사건은 말끔히 잊어버린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그 사건을 말끔하게 잊어버릴 수 있을까. 마음 속에서 그날의 시간을 지웠다 하더라도 사고 현장에서 일어났던 그날의 시간은 잊지 못해 계속해서 잔재가 남아있지 않을까. 멘탈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쩌면 한 번 손상된 정신은 다시 복구되기가 힘들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시간을 지우고 잊어버린 척 하며 덧대고 그 시간을 잊기 위해 열심히 살아갈뿐.
그렇게 살아가는 두 사람 경애와 상수는 그 시간을 딛고 살아가지만 다시 회사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틀어지거나 멀어지곤 했다. 마치 모든 것이 부서지듯 떨어지고 마는 이야기였다. 친한친구를 화재 사건에 잃고 그는 후에 직장에서 남자임에도 '언니'라고 불리며 익명의 사연이 오면 게시판에 답장을 보낸다. 모르는 사이임에도 그들은 살아가면서 찔러오는 생채기에 서로를 보듬어주고, 치유해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개인이 회사를 다니다가 갑작스레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인하여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을 때 그들은 격렬하게 저항하지만 마치 커다란 벽을 놓고 싸우는 것처럼 개인이 입는 화는 크다. 우리는 수도없이 그런 일을 뉴스를 통해 보았고,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의 결말처럼 말끔히 이야기가 끝나질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다치고,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항상 을이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강한 생명력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인지 아니면 아플 때 아프다고 소리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시간 속에서 지워낼 마음이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