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별의 초야
이영희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꽃내음이 스며드는 달큼함과 은은함이 맴도는 사랑이야기.


 어릴 적 엄마에게 버림받은 영향으로 사랑을 믿지 않는 뇌색남 김도현과 제비꽃읍차에 살고 있는 심술보 가득한 아씨 정율희. 미행어사로 은밀하게 현수와 함께 돌아다니며, 사찰을 하고 다니고 있다. 도현을 모시고 있는 현수는 자신의 동무인 미우가 모시는 아씨의 흉흉한 소문에 도련님인 도현을 이끌게 된다. 정경구 대감은 부친의 오랜 친구이자 덕망이 높은 학자로서 이름을 드높인 분이시지만, 동네 사람들은 그 분의 하나뿐인 여식인 아씨 정율희는 심술보 가득한 몹쓸 처자라 입에 오르내리며 그녀를 손가락질 한다. 아버님 앞에서는 음전한 척 하지만 뒤에서는 어떤 팥쥐보다 더한 심술보로 여러 사람을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며 입에 오르내리는데...


그의 용모와 영민한 머리를 갖고 있는 뇌색남 김도현에게 많은 처자들이 연모하며 그에게 손을 내밀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들은 내친다. 그런 그에게 학식이 드높은 정경구 대감에게 해가 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그는 심술보 아씨를 사로잡기로 하는데... 다른 아가씨들은에게는 철벽남이자 눈길 하나도 주지 않는 그가 율희를 처음 보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머물게 되고, 그녀가 준비한 차를 음미했던 맛들이 계속해서 맴돌게 된다.


"할머니, 저는 연모의 마음 따위는 절대 가지지 않을 것이에요."

읽어버린 연모의 마음이 자식에게조차 잔인하고 냉정한 것이라면 그런 마음은 알고 싶지가 않았다. 연모를 잃은 마음이 그렇게나 얼어붙은 것이라면 연모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절대 가지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하였다.

" 하지만 도현아, 진정한 연모를 만나게 되면, 진정한 나의 반려를 만나게 되면 그 운명은 밀어낸다고 하여 밀어내지지도, 없애려 한다고 해서 없어지지도 않아." - p.65


그는 쌍태아로 태어나 어미에게 버림받고 할머니에게 아픈 마음을 위로 받았지만 결코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남자였다. 오래 전 그녀의 누이가 혼인을 하고, 다리가 불편한 남자와 결혼 했을 때 많은 염려를 했지만 그녀는 그의 아픈 다리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때 그는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그런 그가 율희를 보게 되고, 만나면서 자꾸만 달리 보이는 그녀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다른 이들은 자꾸만 그이가 나쁘다고 말하지만 그에게는 그저 음전한 아가씨일 뿐이다.


도현이 팔을 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담 곁의 말리꽃 꽃대를 살짝 뒤었다가 놓았다.

말리꽃(쟈스민)의 꽃말은 <연모의 맹세> - p.263~264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에 등장하는 꽃들이 아름다웠고,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는 지명이 낯설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꽃으로 이루어진 나라 화 가야. 나라이름을 비롯하여 마을의 이름, 사람을 부르는 명칭 까지도 꽃들의 이름 가득 베어있다. 화사하면서도 수수한 꽃내음이 절로 느껴져 나도 모르게 그들의 이름을, 지명을 읊조려 보았다.


연모의 마음을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던 그들의 마음을 이제서야 터트리는 걸까? 아니면 임자는 따로 있었던 걸까?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이어지는 마음들을 꽃말로 정의하고, 그들의 마음 속에 하나 둘 쌓여가는 연모의 시작점과 끝점이 만났을 때 과연 두 사람은 이어질지 너무나 궁금했다. 처음 시작은 한 사내가 한 여자의 심술보를 꺾는 일이었지만, 세상일이 과연 그의 마음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음을 그는 알았을까? 정경구 대감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 미행어사 도현이 칼을 들었지만 결국에는 그의 마음에 꽃이 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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