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3
진 웹스터 지음, 김지혁 그림,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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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어도 유쾌함이 묻어나는 책.


기분이 좋지 않거나, 화이팅 넘치는 기운을 얻고 싶을 때 늘, 읽게 되는 책이 <키다리 아저씨>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더 애정어린 눈빛으로 여러번 읽게 되는 책은 진 웹스터의 책이다. 누군가의 편지를 엿보듯 서간문으로 되어 있는 주디의 편지는, 편지를 쓰고 있는 주디의 마음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편지를 받아보는 저비스씨가 되기도 한다. 한 번도 주디에게 답장조차 주지 않지만 주디는 작가 지망생답게 자신을 후원해주는 후원자의 기다란 그림자를 보고 단번에 그에게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칭을 지어준다. 진짜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후원자님지만 그녀는 자신의 대학생활을 하나 둘 그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몸담았던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의 일을 말하기도 한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해 창피를 당했던 일, 지금 읽고 있는 책, 어떤 수업을 듣고 있는지, 어떤 과제를 하고 있는지를 눈에 그리듯 키다리 아저씨께 편지를 쓴다. 편지는 쓰지 않지만 중간중간 그녀의 룸메이트인 샐리와 줄리아가 등장하고, 줄리아의 막내 삼촌인 저비스 펜덜튼씨가 등장하여 편지의 글감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방학이 되어 농장에 가서 일손을 돕기도 하고, 저비스씨를 만나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무엇보다 주디의 편지글은 당돌하지만 사랑스럽고, 당찬 아이의 면모를 보이며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여자사람의 모습이 보여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유쾌함이 지워지지 않는다. 주디의 활기찬 기운 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7개나 보내는 저비스씨에게 분개하는 주디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혼을 내는 주디나 편지를 읽으며 의기소침 하고 있을 저비스씨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한다.


일방적으로 주디가 후원자인 스미스씨께 편지를 쓰는 글이지만 동시에 주디의 연애편지이기도 하다. 그녀 곁에 아무도 없는 관계의 부재를 키다리 아저씨가 채워주고, 오롯하게 글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주디의 이야기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줄리아 삼촌인 저비의 등장은 마치 '암행어사'처럼 그녀의 곁을 맴돌고 있는 한 남자의 시선이 느껴져 애틋함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아저씨, 제 생각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상상력이 아닐까 싶어요.

상상력이 있어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래야 친절한 마음과 연민과 이해심을 가지게 되니까요.

상상력은 어린 시절부터 길러 줘야 해요. 하지만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는

상상력의 싹이 조금만 보여도 당장 짓밟아 버려요. 오로지 의무감만을 강요하지요.

전 아이들이 그런 단어의 뜻은 몰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의무감이란 불쾌하고 혐오스런 단어예요.

아이들이 무슨 일이든 스스로가 좋아서 해야 한다고요. - p. 126


달달한 연서 같은 편지도 있지만 지성인으로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담아 키다리 아저씨께 의견을 피력한다.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의 힘든 기억들.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어린 당부. 아마도 이 후원자님은 주디 모르게 존 그리어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주디의 당부가 들어가 '의무감'이라는 단어를 조금이나마 지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억눌려 있었음에도 억눌려지지 않았던 주디의 상상력은 갈수록 빛이난다.

 

 

 

정작 중요한 건 엄청난 즐거움보다는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자세랍니다.

전 행복해지는 진짜 비결을 알아냈어요. 바로 현재를 사는 거예요. 과거에 얾매여 평생을 후회하며

산다거나 미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최대의 행복을 찾아내는 거죠. - p.175


마음이 힘들거나 몸이 지칠 때, 모 회사의 음료보다 더 비타민씨 같은 책이 바로 <키다리 아저씨>인 이유는 어려움 속에서도 빛나는 혜안이 있고, 스스로 빛날 수 있게 노력하는 주디의 글 속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늘 가까이 두고 읽고 있지만 정말 언제 읽어도 새롭고, 재밌다. 이 책을 통해 서간문을 처음 읽게 되었고, 그래서 서간문으로 쓰여진 책들을 모두 좋아하는 것처럼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는 한 소녀의 성장소설이자 연애편지를 묶은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디고에서 나온 <키다리 아저씨 리커버본>은 일러스트가 너무나 예뻐, 읽는 재미 만큼이나 보는 재미가 있다. 어린이날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고,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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