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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우리를 기억해 - 아빠는 육아육묘 중
우지욱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3월
평점 :
보는 것 만으로 즐거운 일상
사람의 인연에도 동물에도, 하물며 책을 읽는데에도 모두 각각의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사진 작가인 저자는 어느 날 점심을 먹으로 중국집에 갔고, 그곳에서 중국집 사장님이 '고양이 키우실 분!'을 외치며 고양이를 분양하려고 의사를 물어 보았다. 그는 언젠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키워보지 않았음에도 대뜸 손을 들며 의사를 표했다. 아직 너무 엄마의 젓도 떼지 않은 고양이라 조금 더 크면 데려가라는 사장님의 말에 그는 그날부터 아기 고양이를 데려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초보 집사가 처음 한 일은 고양이 키우는 일에 대해 공부하는 일이었고, 시간이 지나 드디어 아기 고양이를 집에 데려왔다.
처음 보는 아기 고양이의 사진은 작은 몸집 만큼이나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기 고양이는 초보 집사가 생각해서 마련해 둔 소중한 보금자리에서 몸을 누이기 보다는 사람의 체온을 좋아했고, 조용히 그의 품에 잠들기 일쑤였다. 손을 살작 깨물기도 하고 편안하게 아기 고양이를 자유롭게 나누다 보니 그의 여자친구가 '오냐오냐'키운다며 핀잔을 주었고 그는 아기 고양이 이름을 '오냐'로 지어 버린다. 고양이를 키우던 한 남자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 딸 제인이와 아들 해일을 키우며 살고 있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 한 사람이 결혼해 남편과 아내, 아이들의 아빠가 되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길지도 짧지도 않는 분량의 글을 담아 묶어낸 책이다. 지금이 아니라면 놓쳐 버릴 순간의 이야기를 그는 카메라 속에 담아냈다. 사랑스러운 표지를 벗지면 누드 사철 제본으로 되어 있어 사진을 볼 때 접혀지는 부분 없이 그대로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오냐가 커가는 과정,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은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아기든 고양이든 두 사람의 손길이 분주하게 필요했고, 먼저 자리잡은 고양이 오냐가 과연 두 동생들(?)을 잘 보살펴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지만 오냐는 본능적으로 제인과 해일을 곁에서 지켜나간다. 오히려 오냐가 당하는 쪽이랄까.
책 곳곳에는 표지 사진 뿐만 아니라 사랑스러운 장면이 여러 컷 포착된다. 고양이와 아기의 절묘한 궁합이라니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수호신처럼 아프면 곁에 머무는 오냐가 기특해 보였다. 함께 있어서 더 행복한 제인이와 해일이의 집을 담아내고, 또 담아내는 아빠의 수고가 돋보이는 책이었다. 글도 좋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사진이 가장 좋다.